"긴장이 돼서 5~6시간밖에 못 잤어요. 막상 맞고 나니 다른 주사랑 똑같네요."
1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85세 박양성씨의 소감이다. 박씨는 이 센터의 75세 이상 첫 백신 접종자다.
박씨에 이어 두 번째로 접종을 한 86세 서정옥씨는 "어제 열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약을 먹어도 된다고 해서 아침에 혈압약과 해열제 2개 먹고 왔다"며 "손자와 손녀, 자식들에게 코로나19 전염될까 걱정이 돼서 백신 접종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를 전후로 전국 예방접종센터 46곳에서 만 7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접종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만 75세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총 350만8,975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조사대상 204만1,865명 가운데 86.1%(175만8,623명)가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만 75세 이상이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받을 수 있게 교통편을 지원했다. 송파구 접종센터에서 만난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버스 4대를 준비했다"며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명씩 안전요원도 배치했고 접종센터에는 휠체어와 돋보기안경 등도 비치해 뒀다"고 말했다.
접종센터에서는 초저온 보관이 필수인 화이자 백신의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강미애 송파구 보건소 건강기획팀장은 "화이자 백신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하루 예상 접종자를 파악해서 백신을 해동하고 냉동고의 전원이 나가는 상황 등에 대비해 알람장치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방접종센터의 접근성과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시군구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센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서·산간지역에 거주해 센터를 찾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서는 방문접종 등 별도의 접종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날부터 노인시설 입소·이용자 및 종사자 15만4,674명도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까지 접종 여부가 파악된 9만6,986명 중 93.2%(9만423명)가 접종을 받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