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4일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총재직 임기 만료(9월 30일)를 반 년 앞두고 있다. 스가 총리는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얼굴'이나 다름 없었지만, 지금 당내 파벌이 없다는 것은 취약점이다. 다만 지난해 총재 선거 이후 그의 연임을 가로막을 유력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은 상황. 남은 반년간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압과 백신 접종이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최근 당내 유력 인사들의 스가 총리 지지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정조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를 전력으로 지탱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활동을 재개한 아베 전 총리도 27일 "한층 더 안정적 정권을 확립해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총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역시 29일 회견에서 "총재가 재선을 향해 결의할 경우 당은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표명했다.
스가 총리와 총재직을 겨룰 만한 뚜렷한 경쟁자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 3파전을 이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조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패배 후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각료 중에선 최근 백신 접종을 담당하고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 장관이 여론조사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나 당내 기반이 약하다. 한때 차세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장관, 한국이나 중국에 강경한 외교를 펼쳐 인지도를 높이는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 등도 '대망론'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르다는 평이다. 다만 '최초의 여성 총리'를 거론해온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은 최근 '선택적 부부 별성제' 찬성의원연맹 설립에 적극 참여하며 보폭을 늘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스가 총리의 연임 로드맵은 명확하다. 최적의 중의원 해산 시점을 택해 총선 승리를 이끈 뒤 총재 재선을 노리는 수순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만만치 않다.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고 코로나19 확산을 큰 무리 없이 수습하면서 동시에 도쿄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르면 최상이다. 이 과정이 모두 코로나19 틀어막기와 연결돼 있다.
당장 오사카부, 미야기현 등을 중심으로 지방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우려대로 '4차 대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여론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수도 도쿄가 다시 하루 신규 확진자 1,000명대를 넘어서 심각해진다면 도쿄올림픽 개최마저 위협받게 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차기 총재 선거 등이 얽힌 향후 정국에 대해 "앞으로의 일은 모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