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이 노래하는 것 같대요."
가수 곽지은(28)는 트롯을 부르면 트롯 가수 같고 발라드를 부르면 천상 발라더지만, 근본은 국악이다. 몸속에 국악의 DNA가 흐른다. 아버지가 시립국악단에서 피리를 연주했고 어머니는 예고에서 해금을 가르쳤다. 초등학교 시절에 국악 동아리에서 기본을 쌓았고, 중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해금을 공부해 예고를 거쳐 해금 전공으로 대학을 마쳤다. 그는 "저의 이력을 아는 분들은 발라드를 불러도 해금 연주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아직은 미흡하지만 부모님 때부터 국악을 전공한 덕분에 국악의 맛과 기교가 제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악을 비롯해 민요와 판소리, 현대 트롯이 겉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채로운 열매들이라고 생각해요. 해금 연주와 트롯이나 발라드 부르기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노래는 독학으로 공부했다. 우리 소리를 비롯해 장윤정, 주현미의 트롯을 교과서처럼 들었다. 꺾기보다는 독특한 음색과 강약조절만으로 맛을 내는 이미자, '한오백년' 한 곡으로 그를 팬으로 만들어버린 나훈아 등도 그의 노래 스승들이다. 대학교 2학년 때 무대에 데뷔했다. 국악 연주를 하러 갔다가 보너스 무대를 자청했다. 해금을 내려놓고 장윤정의 '짠짜라'를 열창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객석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덤덤하던 관객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어르신들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한들한들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가끔 나오는 햇살을 받아 개화하는 들꽃 무리를 고속으로 촬영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이게 노래하는 맛이구나 싶었어요. 노래를 멈출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관객들의 호응 혹은 교감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다 결국 대학원 시험 즈음에 대형 사고를 쳤다. 대학원 시험이 있는 날 시험장으로 가지 않고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참가했다. 날짜가 겹쳐서 어쩔 수 없었다. 부모님은 화를 내기보다는 어이없어 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도 교수님을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축하 전화를 받았다. 3개월 후 첫 트롯 앨범을 냈고 지금까지 가수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2021년 기획사를 옮겨 본의 아니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다 보니 발라드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채널에 트롯보다 발라드 곡이 더 많다. 100만 클릭을 달성한 대박곡도 나왔다. 발라드 그룹 '순순희'가 부른 '서면역에서'를 답가 형식으로 새로 불러 SNS에 올렸더니 한 달도 안 돼 100만 뷰를 기록했다. 지금은 발라드 가수로 더 알려져 있다.
"제 팬 중에 가요에 대한 책을 쓰신 분이 있는데 제 노래에 대해 '트롯과 발라드 모두 어색하지 않으면서 국악적인 느낌이 난다'면서 '민요나 판소리 창법의 틀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국악의 껍질과 내용 중에서 내용에 더 충실한 가수'라고 칭찬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나아가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롤모델은 나훈아다. 그는 "전통에 대한 관심부터 무대 매너와 노래에 대한 열정 등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세대와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에게 고루 사랑받는 '한국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