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 생산 시설이 집중된 북한 영변의 실험실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빨리 핵 협상을 재개하자는 북한의 대(對)미국 시위일 가능성이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공개한 이날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내부와 관련 화력발전소의 두 작은 건물에서 증기 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목적으로 사용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곳이다. 사이트에 따르면 방사화학실험실 내부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증기나 연기는 상업위성 사진에 자주 관측되는 게 아니다.
실험실 연기만 갖고 재처리 활동에 들어갔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사이트는 설명했다. 다만 누군가 이 건물을 점유해 열을 가하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분명하다는 게 사이트의 평가다. 사이트는 화력발전소의 저장고가 최근 2주간 채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고 밝혔다.
건물이 가동되고 있다면 새로운 재처리가 준비되고 있거나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사이트의 분석이다. 또 이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력을 서서히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사이트는 해석했다.
북한 핵물질 생산 완전 중단은 미국의 1차적 대북 협상 목표지만 아직 합의된 상태는 아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심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북한 측 제의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완전한 핵 생산 동결’을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실험용 경수로, 5㎿(메가와트) 경수로, 원심분리기 시설이나 철로 야적장에서는 별다른 활동이 관측되지 않는다고 사이트는 전했다. 또 건설 작업, 차량 및 사람의 이동 등 시설 내 소규모 활동이 보이지만, 이 수준의 활동은 과거에도 초봄에 관측된 것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