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 중인 자국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즉각 의료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러시아 의사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방치하면 나발니가 다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게 이들 판단이다.
러시아 각지 의사 20여명은 28일(현지시간) 현지 탐사전문 인터넷 매체 인사이더(The Insider)에 실린 공개 서한을 통해 나발니에 대한 민간 의료진의 접근을 허용해 줄 것을 교도 당국인 연방형집행국과 국가 지도부에 촉구했다.
현재 나발니가 호소 중인 등과 다리의 통증은 지난해 독극물 중독의 후유증일 수 있다는 게 의사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검진 없이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공개된 정보로 판단컨대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며 “의료 지원 없이 환자를 계속 방치할 경우 다리 기능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상실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25일 나발니를 면회한 변호인들은 나발니가 등과 다리 등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타스통신 등에 전했다. 부분 마비가 온 한쪽 발로는 아예 서거나 딛지도 못하는 게 현재 나발니 상태여서 자체 지정한 의사의 검진을 요청했지만 교도소로부터 답을 못하고 있다는 게 변호인단 전언이었다. 그러나 교정 당국은 최근 정기 의료 검진 결과 나발니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수감된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주(州) 파크로프시(市)의 제2 교도소는 수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러시아 내 4대 교도소 중 하나다. 최악의 수감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항공기 기내에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 1월 귀국한 그는 귀국과 동시에 체포됐고, 이어 열린 2014년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취소 재판에서 실형 전환 판결을 받아 현재 실형을 살고 있다.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은 푸틴 대통령의 암살 지시 결과라는 게 서방 측 의심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달 2일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와 연구소, 보안 기관, 기업체 등을 제재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29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의 모스크바 프레스넨스키 구역 법원 인용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는 변호사를 통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상대 명예회복 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에서 치료 중이던 나발니에 대해 논평하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환자(나발니)와 거래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나발니)가 말하는 모든 것은 이 조직이 그에게 주입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허위 발언이라는 게 나발니 측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