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생부턴 출산 많이 한다고?… 이유는 남아선호 후퇴

입력
2021.03.29 15:45
'출생성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1992년 이후 출생세대부터 출산율 반등 가능
"출생성비가 낮을수록 출산 선호도 높을 가능성"

1992년생을 기점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성향이 점점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992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주된 출산연령층이 되는 시기부터는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남아선호사상 완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 김경수, 유근식 경제분석관이 발표한 '세대 효과와 출생성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성향은 1980년생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1992년생에서 저점을 기록한 뒤 다시 상승하고 있다. 출산율이 변화하는 원인을 나이, 시기, 세대 효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다. 세대 효과란 특정 세대가 성장 과정 등을 바탕으로 가진 출산 성향을 뜻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출산율 하락의 주원인은 출산 성향이 낮은 세대(1980년 이후 출생)가 주요 출산 연령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출산 성향이 높은 1993년생 이후 세대가 주된 출산 연령층이 되는 시기부턴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993년생 이후 세대부터 출산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출산 성향과 출생성비(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출생성비가 높다는 것은 남아선호 사상이 더 뚜렷하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출생성비가 높아지면, 즉 남아선호 사상이 뚜렷하면 그때 태어난 세대의 출산 성향은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출생성비가 낮을 때 태어난 세대는 출산 성향이 높아진다는 연관성을 찾아냈다.

국내 출생성비는 남아선호사상, 초음파검사의 보급으로 인한 성별 선택으로 1980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1993년 115.3명을 기록한 뒤 떨어지기 시작해 2007년부터 자연 성비 범위(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에 들어섰다. 출생성비가 낮아지는 시기(1993년)와 출산 성향이 높아지는 시점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태어난 지역의 출생성비가 높을수록 자녀가 있을 확률은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출생성비가 높은 곳에서 태어난 여성은 혼인할 확률이 낮고, 이것이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출생성비가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은 남성 중심적인 성 규범을 회피하기 위해 결혼 및 출산을 지연하거나 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 개념의 정착을 지원하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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