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직원들이 시민 도움으로 불법촬영범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시민이 같은 시각·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범인의 이상행동을 수일간 지켜보며 신고했고, 제보를 받은 직원들이 현장을 유심히 살핀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8일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 신체를 휴대폰으로 불법촬영하다가 도주하던 20대 남성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평소 출근시간대 영등포시장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온 한 시민은 24일 A씨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했다. A씨가 에스컬레이터에 탄 여성의 신체를 뒤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던 것. 불법촬영을 의심한 시민은 지하철역에 이를 제보했다.
피해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피해자 진술이 어려운 상황이라, 제보를 받은 지하철역 직원들은 범인을 현장에서 잡아야 했다. 직원들은 역사의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며 범인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첫 제보로부터 이틀이 지난 26일 오전 8시 20분쯤, 드디어 시민이 묘사한 인상 착의와 유사한 남성 A씨가 영등포시장역에 나타났다. 제보한 시민 역시 이날도 A씨를 지켜보며 직원들과 함께 대기했고, A씨가 불법촬영을 시작하자 재빨리 신고했다.
에스컬레이터에 탄 여성의 뒷모습을 불법촬영하려던 A씨는 범행이 발각되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역장과 직원들은 A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A씨는 영등포중앙지구대 지하철경찰대에 인계돼 조사를 받았고, 자신의 불법촬영 행위를 인정했다.
송은영 영등포시장역 역장은 "눈썰미 좋은 시민의 재빠른 제보 덕분에 우리 역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범인을 체포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제보 및 현장 체포를 도와준 시민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역 경찰과 합동으로 에스컬레이터 벽면 등에 안심 거울 설치를 확대하는 등 지하철 내 불법촬영 성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하철경찰대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점검 및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