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가 갑자기 열이 나면 부모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하기 마련이다. 자녀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열이 금방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것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발열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은 적절히 열을 생산하고 방출하면서 체온을 일정 범위로 유지한다. 체온은 보통 하루 24시간 중 이른 저녁 시간에 가장 높고 새벽 시간에 가장 낮다. 일반적으로 열이 난다는 것은 직장 체온 38도 이상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측정 부위, 측정법, 측정 시간에 따라 정상치가 달라질 수 있다.
간혹 이마나 몸의 피부를 손으로 만져 보고 뜨겁다고 느껴져 열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체온은 신체 부위에 따라 다르므로 체온계를 사용해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온 측정 부위에는 고막ㆍ겨드랑이ㆍ직장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겨드랑이 부위의 체온이 37.3도 이상이면 미열이 있다고 말한다. 38.0도 이상의 열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39.0도가 넘으면 고열이 있다고 말한다.
발열 원인에는 세균 또는 바이러스 등이 체내에 들어오는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예방 접종 후 발생하는 열, 염증, 내분비 질환, 종양, 류마티스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바이러스 감염은 보통 1주일 이내 서서히 좋아지지만, 세균 감염은 항생제 치료를 필요로 한다. 발열이 단 한 번 있다면 감염 질환과의 연관성은 떨어진다. 41도를 넘는 발열은 악성 고열, 약물로 인한 발열, 일사병 등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열나는 것은 자체가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동반되는 증상을 파악하고 아이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이라면 기침ㆍ가래ㆍ천명ㆍ쌕쌕거림 등이 동반된다. 열이 나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이 없다면 요로 감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윤윤선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같은 발열이라도 환자 나이, 기저 질환, 면역 상태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가 열이 나면 가장 먼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해열제 복용이다. 또한 미지근한 물로 전신을 미온 마사지해 주는 방법도 열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흔히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4~6시간 간격으로 10~15㎎/㎏씩 하루 5회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 이부프로펜은 5~10㎎/㎏씩 6~8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한다. 장기간, 과량 사용 시에는 콩팥 기능 장애나 간 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정해진 복용 간격과 용량에 맞춰 먹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병원에 반드시 가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아이가 38도 이상의 발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신속한 검진 및 치료를 필요하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3개월 미만 신생아의 발열, 경련이 지속되거나 의식이 저하될 때, 잘 먹지 못할 때, 심한 두통이 동반될 때, 기저 질환이 있는 환아의 고열이 동반될 때, 숨쉬기 힘든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고열이 날 때 열성 경련을 하는 아이도 있다. 정상 발달 중 3~5%에서 발생하는 단순 열성 경련은 열이 나기 시작하고 보통 1~2일 이내에 발생하며, 대개는 지속시간이 15분을 넘지 않는다.
처음 겪는 부모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정상 발달 아이에서 발생하는 열성 경련은 열이 떨어지면 저절로 좋아지므로 편안한 곳에 눕히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열성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이내에 재발하거나, 몸이 뻣뻣해지고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윤윤선 교수는 “아이 발열 시 최고 온도, 발열 간격, 해열제에 대한 반응 등의 내용을 기록해 병원을 방문하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