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대한항공은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82.84%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56.91%가 참석했고,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177명의 주주가 출석했다.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에 이어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24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 회의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를 결정, 이날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기준 대한항공 지분율이 8.52%,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96%로 차이가 커, 국민연금의 반대가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가결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조 회장의 인사말을 대신 발표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영업실적에 대해 "글로벌 항공사 대부분이 천문학적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화물 수익 창출, 전 부문에 걸친 생산성 향상과 뼈를 깎는 비용절감을 통해 2,383억 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24일에 3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각국의 경쟁당국에 제출한 기업결합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등 인수를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도 정기 주총을 열고 산업은행의 주주제안을 모두 의결했다. 올해 주총은 3자 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조 회장은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대신 발표한 인사말을 통해 "지주사로서 항공산업 개편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아시아나항공 통합 체제를 조기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