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큰 변화를 불러올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됐으나 보호 대상이 2,000만 명이 넘는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여전히 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상호금융에 대한 금소법 적용 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3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주어진 1년이란 제도 준비 기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금소법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상호금융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덩치가 가장 큰 농협만 보면 농민으로 구성된 조합원 208만 명에 농협 단위조합 지역에 살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준조합원 1,843만 명을 더한 2,051만 명이 금소법 테두리 밖에 있다. 약 280만 명 규모의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원과 준조합원도 금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상호금융이 금소법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금융위가 이들 기관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상호금융에 대한 제재 권한은 금소법을 주관하는 금융위가 아닌 소관 부처가 쥐고 있다. 농협, 수협에서 문제가 터지면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의 규제를 받는 식이다.
반면 상호금융 중 신용협동조합은 유일하게 금소법 적용을 받는다. 금융위가 신협을 관리하고 있어 금소법 위반 사항에 대해 바로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상호금융을 금소법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 대상 기관에 상호금융을 포함하는 방안을 지난해 10월부터 관계기관과 협의해 왔고 다음 달까지 합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굼뜬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금소법이 통과된 지 반년이 지나서야 상호금융 소관 부처와 관련 협의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당장 금소법을 지켜야 하는 금융사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또 조합원을 비롯해 상호금융을 이용하는 일반 금융 소비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생긴다.
하지만 상호금융사들은 현행 금소법을 그대로 도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위조합이 모여 생긴 영세한 상호금융에 대형 금융사와 똑같은 규제를 하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단위조합은 내부 통제 임원을 두라는 금소법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금소법 위반에 따른 벌칙은 단위조합 존폐를 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