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과도하게 빚을 내 부실 위험이 높아진 자영업자 수가 20만 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가계와 기업 부채를 아우르는 민간부채도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어섰다.
문제는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자 폭탄'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가계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부채가 우리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 비율은 215.5%로, 전년 말 대비 18.4%포인트나 상승했다. 1972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 중 가계신용은 103.6%, 기업신용은 111.9%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자영업자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38.3%로 3월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정부에서 시행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효과를 걷어내고 보면 5.7%포인트 상승한 42.8%에 달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지난해 3월 195.9%에서 연말 238.7%로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빚에 짓눌리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능력에 비해 부채가 과도한 고위험가구는 9개월 사이에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3월 고위험가구 수는 10만9,000곳 수준이었지만, 12월 이 수는 19만2,000곳으로 늘었다.
한은 측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없었다면 이 수는 20만7,000곳으로 늘었을 것"이라며 "9월까지로 미뤄진 정부 조치가 끝나면 자영업자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상황은 업종에 따라 달랐다. 기업의 원금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차입금상환배율(기업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규모)은 평균 3배로 분석됐는데, 업황이 좋았던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이 비율이 4.2배까지 뛰었다. 항공과 숙박·음식업 기업 중에서는 부도 위험이 높은 위험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장기 국채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로(0)금리' 상황에서 낸 빚을 훨씬 비싼 값에 갚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전체적인 시장금리 수준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 7월 이후 연말까지 단기지표금리는 평균 0.081%포인트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변동금리대출 중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0.08%포인트,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0.09%포인트가량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는 가계대출 이자가 4,000억 원, 기업대출 이자는 5,000억 원 늘어난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추가 이자 부담액은 대기업에 비해 5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단기금리도 조금씩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단기 금리는 가계대출금리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는 물론, 현재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한 기업들도 금리상승 시 위험기업으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며 "기업과 가계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단계에서 취약 부문 신용 리스크가 한꺼번에 현재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