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로다 봄이로다 잇때가 봄이로다 종달새 흥에 겨워 춤추며 노래하고 거룩하다 봄의 힘은 미물에 흥취까지.’
100년 전의 봄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1,900년대 봄 풍경을 담은 가사지 ‘꽃노래’에는 봄을 맞이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 23일 오전 서울 경복궁 내 자리한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주제와 공간, 전시품을 12년 만에 전면 개편한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 년’에 들어서자 봄의 정취가 느껴졌다.
이어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삶이 펼쳐졌다. 민속박물관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이전 전시관이 24절기 위주였다면, 개편한 전시관은 계절에 따른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통해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대보름까지의 시기엔 널뛰기를, 단오 때에는 그네뛰기를 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시기와 근현대 시기의 자료가 대칭되게 배치 돼 풍속의 변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과거엔 부채와 죽부인으로 여름을 이겨냈다면, 20세기 들어서는 선풍기와 빙수기계가 더위를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전시장 후반부로 오면 한옥에서의 사계절 풍경과 삶을 엿볼 수 있다. 경북 경주 양동마을 풍경을 담은 실감 영상이 나오는데, 실제로 한옥에 앉아 비가 오는 모습을 감상하거나 눈이 내린 풍경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달력인 ‘경진년대통력’,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인 ‘건원중보’ 등이 전시돼 있어 귀한 자료를 눈으로 직접 보는 재미도 있다.
계절의 흐름대로 진행되다 보니 전시를 보고 나오면 1년이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박물관 측은 코로나19로 힘겨웠던 지난 날을 위로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했다. 전시장 끝에서 만나게 되는 문구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온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