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 정박 중 어선 화재...불길 번지며 17척 소실

입력
2021.03.23 13:55
23톤급 전기 요인 추정 불...인근 9척에 옮겨 붙고, 방파제 정박 6척까지 번져
선주들 "해경 초기대응 실패 화 키워" 주장
해경 "화재 발생 10여분 후부터 선주들에게 연락 시도...진화하느라 조치 늦어졌다" 해명


23일 새벽 충남 태안에서 정박 중이던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주변 어선으로 번지며 17척이 소실됐다.

이날 오전 3시 31분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유람선 터미널 인근에 정박 중이던 23t급 어선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선원 2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과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이 가운데 선원 A(60)씨는 저체온증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불은 이날 초속 6~8m의 강한 바람 속에 인근 어선 10척으로 빠르게 번졌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70여명과 소방장비 76대를 투입해 3시간 30여분 만에 대부분의 불을 진화했다.

그러나 3시간 30여분 후인 오전 10시 30분쯤 170m 거리의 마도 방파제 정박 어선에서 불이나 6척이 추가 소실됐다. 소방당국과 해경은 신진항 선박에 남아 있던 불씨 또는 기름띠에 붙은 불로 마도 방파제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첫 화재가 발생한 지 6시간여 만인 10시 30분쯤에서야 화재 현장에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이로써 이날 화재로 불에 탄 어선은 17척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어선은 대부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소됐고, 일부는 바다로 가라앉았다.



소방당국은 23t급 어선에서 전기 요인으로 불이 난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화재로 배가 소실된 선주들은 해경의 초기 대응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선주들은 "해경이 선주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제 때 알리고, 어선끼리 연결된 밧줄을 바로 끊었다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경은 이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태안해경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신고를 받고 파출소에서 가장 먼저 출동했으며, 10여분쯤 후부터 선주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며 "피해 어선에 대해선 정말 안타깝지만, 당시 선박을 연결한 밧줄은 당시 불길이 거세고, 유독가스가 심해 접근할 수 없어 추가 인명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조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화재 발생 6시간여 후에 오일펜스를 설치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화재 진압을 하느라 그랬다"고 해명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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