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도 권좌를 놓지 않아 ‘불사조’로 불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2년 사이 벌써 네 번째 총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과 백신 접종 ‘속도전’으로 국민들의 일상을 되찾아줬다는 칭송이 엇갈리면서 표심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이스라엘은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격리 특별투표소 750곳 등 전국 1만3,685개 투표소에서 총선을 실시했다. 이스라엘은 전국을 한 선거구로 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총 120석의 크네세트(의회)를 구성한다. 이번 선거에는 38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다. 전망은 반반이다.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며 “야당이 총리를 공격하는 것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수성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코로나19 극복의 1등 공신인 백신 접종의 공을 네타냐후의 지도력에 돌린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집계한 여론조사에서도 네타냐후가 이끄는 보수 리쿠드당은 30석 남짓을 확보해 원내 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계가 다시 공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어떤 연합체가 정권을 잡든 과반인 최소 61석을 얻어야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으나 연립정부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레츠는 “리쿠드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지만 의회 다수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5차 총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매체는 다만 “반(反)네타냐후 세력이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경로가 훨씬 더 적다”면서 진보ㆍ중도진영이 힘을 합쳐도 네타냐후 측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2019년 4월과 9월, 2020년 3월에 이어 이날까지 만 2년 동안 총선을 네 번이나 치렀다. 2019년 두 차례 총선에선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지난해 3차 총선 후에는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중도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을 타개하자며 극적으로 타협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 속에 결국 파국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