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생방송 토론' 제안에 바이든 무반응… 유감"

입력
2021.03.22 23:56
외무부 성명 "양국 교착 탈출 모색 기회 날아가"
'푸틴은 살인자' 바이든 발언 뒤 푸틴이 대화 제의

‘생방송 맞장 토론’을 해 보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누적된 양자 문제와 전략적 안정성 등 의제의 논의를 위해 19일이나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공개 화상 대화 자리를 만들고 이를 생방송하고 싶다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미국 측이 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측 책임으로 러시아ㆍ미국 관계가 처한 교착 상태(dead end)를 벗어날 방안을 모색할 또 하나의 기회가 날아갔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자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적(政敵)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극물로 암살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러시아 고위 관리와 연구소, 보안 기관, 기업체 등을 제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2016년에 이어 지난해 미 대선에도 개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18일 자국 TV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을 계속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다만 온라인 생방송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 관계, 전략적 안정성, 지역 분쟁 해결 등 많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6일 푸틴 대통령과 취임 뒤 첫 통화를 하고 양자 및 국제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크림 지역 사회활동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살인자’ 발언에 반격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쟁과 시리아 내전, 대(對)이란 제재, 인권 등 다양한 쟁점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오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러시아와 상호 이익 영역에서 협력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미 국익 훼손 시도와 인권 탄압 등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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