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통령선거로 가는 길목인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승을 거뒀을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연승을 견인한 '남북 평화무드·K방역·공정한 정부'라는 환경 요인들마저 조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 남측에서 북측으로 건너는 장면은 정상회담의 '백미'였다. 그해 6월 12일에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한반도 평화 무드는 최고조였고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를 석권했다.
여권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외교 특수'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북한과의 '허니문 효과'는 없었다. 미국은 북측이 역린으로 여기는 인권 문제를 작심한 듯 언급하면서 거리 두기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칙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는 승부사 기질이 있던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훨씬 까다로워 보인다"며 "외교 특수는커녕 돌발 변수가 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진다. 정권 초 고공 지지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북미 대화 중단, 조국 사태, 경제난 등의 악재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그해 1월 46%였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4·15 총선 직전 57%까지 치솟으며 '역주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권 안정론 효과를 본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정권 안정론의 위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민생·경제난, 백신 확보·안정성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여론조사 (이하 한국갤럽) 결과도 이 같은 민심이 두드러진다.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난해 5월 85%였지만 이달 19일 60%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37%까지 하락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공정 사회'에 대한 국민적 여망으로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정의롭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20대의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84%에 달했고, 2020년 4·15 총선에서도 55%로 높았다. 30대도 각각 83%, 70%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2030대의 지지는 요동치고 있다. 이달 19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27%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30대 지지율도 46%로 하락했다. 여론을 선도하고 있는 2030대가 지지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다른 세대로 번지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 대통령은 선거 국면마다 남북 정상회담, 코로나19 등의 외부 효과로 '정권 심판론'을 피해 왔지만 북한 카드는 소멸하고 코로나19 방역 효과도 사라졌다"며 "무엇보다 불공정 문제로 인한 민심 이탈은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여권에 호재가 없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르고 LH 사태 수습을 위한 법안들이 3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여론이 반등할 것"이라고 다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