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와테현 나토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요미우리신문에 밝힌 심경이다. 그는 20일 저녁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미야기현에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되자 가게의 손님과 직원을 먼저 대피시킨 후 자신도 고지대로 달려갔다. 이와테현에는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지만 10년 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피난한 것이다.
21일 NHK 방송 등을 종합하면 전날 오후 6시 9분 미야기현 앞바다 59㎞ 깊이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6.9의 강진에 따른 피해는 지난달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에 비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부상자 수는 9명으로 집계됐다. 최고 진도 5강의 흔들림이 관측된 미야기현도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특별경계본부 회의에서 큰 피해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없던 땅속 깊은 부분의 움직임이 포착돼 도호쿠(東北) 지방의 불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지난달 지진에선 없었던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되자 주말 밤 내내 가슴을 졸이며 재난 방송에 매달렸다. 미야기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 트라우마가 아직도 크다. 실제 쓰나미는 관측되지 않았고 주의보도 1시간 반 만에 해제됐지만, 발령 직후 많은 주민들이 10년 전의 공포를 떠올리며 높은 곳으로 대피했다. 지역 언론 가호쿠신포(河北新聞)는 역 앞에서 흔들림을 느끼자 친구와 택시를 타고 고지대로 도망쳤다는 고교생과 “동일본대지진 당시 여기까지 쓰나미가 도달했다는 얘기를 기억했다”며 “무조건 달려서 도망쳤다”는 학생 등 대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달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과 마찬가지로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0년 만에 그 여진으로 보이는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다 신지 도호쿠대 교수(지진 지질학)는 아사히신문에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60㎞로 깊고 육지에 가까운 장소에서 일어났다”며 “동일본대지진 당시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깊은 부분이 움직였다”고 진단했다. 도다 교수는 “10년 전의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큰 지진이 연달아 일어난 지금이 가장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경계를 촉구했다.
도쿄대 지진연구소의 후루무라 다카시 교수(지진학)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미야기현 해역 지진’의 진원 일부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지역은 원래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야기현 해역 지진이란 미야기현 동쪽 바다를 진원으로 25~40년 정도 주기로 일어나는 지진을 말한다.
앞서 가마타 히로키 교토대 대학원 교수도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최신호에 “2011년 3월 11일을 경계로 일본 열도의 지반이 ‘대변동의 시대’에 들어갔다”며 “10년이 지났지만 앞으로도 20년간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을 경계해야 한다"고 기고했다. 여진의 최대 규모는 본진의 규모에서 1을 뺀 것으로, 최대 8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 8은 도쿄에서 느끼는 진도가 5에 이르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