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려 죽겠네.” 야근과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잦은 속쓰림과 더부룩함 등 위장장애 증상을 겪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일쑤다. 문제는 평소 가볍게 여기던 증상이 알고 보니 ‘소화성궤양’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화성궤양은 한국인 10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질환으로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을 포함한다. 소화성궤양이 생기면 식후 복부 속쓰림이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증상이 나타나거나 뚜렷한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소화성궤양이 악화되면 출혈로 인한 흑변ㆍ토혈이 나타나고 심하면 위ㆍ십이지장 벽에 구멍이 생기는 위장관 천공(穿孔)이 된다.
소화성궤양의 주원인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이다. 짜고 자극적인 식습관 탓에 헬리코박터균의 전파가 쉽고 감염률이 높아 소화성궤양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에는 혈관 질환 치료ㆍ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등 항혈전제 복용과 노인성 관절 질환 증가로 소염진통제 복용 등으로 소화성궤양이 생길 수 있다.
소화성궤양의 하나인 위궤양은 위의 살점이 일부분 떨어져나가 깊이 파인 상태다. 흔히 ‘속쓰림’이라고 하는 명치 통증이나 복통이 나타나지만 복통만으로 위궤양을 감별하기란 불가능하다. 복통과 함께 체중 감소와 메스꺼움 등이 나타난다면 악성 위궤양일 수 있기에 반드시 감별ㆍ진단해야 한다.
특히 위는 위산ㆍ펩신을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한다. 위점막이 건강하다면 이를 방어하는 물질이 있어 위벽이 손상되지 않지만 위벽을 공격하는 인자와 방어하는 인자의 균형 상태가 깨지게 되면 위벽에 상처가 생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과다한 위산, 자극적 음식, 흡연, 음주 등으로 위점막이 지나치게 자극ㆍ파괴되면 위궤양이 생긴다.
위궤양 진단은 내시경 검사로 주로 이뤄진다. 조직 검사로 궤양의 악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검사로 감염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궤양을 비롯한 모든 위장관 질환은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 및 검진이 필수”라며 “속이 수시로 쓰리고 메스꺼움 등이 있다면 1~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위궤양 치료는 위산분비억제제를 4~8주간 복용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제균치료를 한다.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을 예방하려면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혁순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음주ㆍ흡연ㆍ커피ㆍ초콜릿ㆍ탄산음료를 비롯해 자극이 강한 조미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며 “위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궤양 예방을 위해 위산억제제나 위점막보호제를 추가로 처방받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