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해 국내에도 친숙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김대현)이 자신의 여동생도 인종차별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밝히며 아시아계를 향한 미국 내 혐오범죄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우 귀네스 펠트로, 앤 해서웨이, 엘리엇 페이지를 비롯해 가수 리애나, 아리아나 그란데 등 미국 연예계 스타들도 아시아계 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숨진 여덟 명 중 한국계 네 명을 포함해 여섯 명이 아시아계로 밝혀지면서 아시아계 혐오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킴은 17일(현지시간) CNN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출연해 여동생이 2015년 당한 혐오범죄 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여동생이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 한 남자가 차를 몰고 오더니 갓길 말고 인도로 가라고 소리쳤다"면서 "동생이 인도로 갔는데도 남자는 뒤에서 여동생을 차로 치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남성을 향해 '지금 날 친 거냐'고 했지만 남성은 다시 차를 후진시켜 자리를 피하려는 여동생을 차로 치어 쓰러뜨렸다"고 했다.
킴은 당시 동생의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들이 증오범죄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가 다른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행 전력이 있었는데도 끝내 가해자에게는 난폭 운전 혐의만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킴은 18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이번 총격 사건 청문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 나라의 역사에는 미래로 가기 위해 지울 수 없는 과정을 보여주는 순간들이 있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그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며 "2,300만 명의 우리는 단결했고 깨어나고 있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아시아계 혐오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 AAPI(아시아·태평양계) 헤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계 혐오 피해 사례는 3,795건에 이른다.
아시아계 배우들은 직접 방지 대책을 고민하거나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에서 연기상을 두 번이나 받은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는 "많은 사람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과 증오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국 내 인종차별 종식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기구와 단체들을 소개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마블 영화의 슈퍼히어로 주인공 '샹치' 역을 맡게 된 중국계 캐나다 배우 시무 리우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아시아 공동체를 대표해 지지하는 관련 단체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시아계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는 연대 운동에 동참하는 스타들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것을 계기로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가 벌어진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인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속출하자 아시아인 인권 보호에 대한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수 마돈나는 SNS에 "혐오는 바이러스다.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글을, 펠트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 나라를 더 나은 나라로 만들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한다"라는 글을 각각 올렸다. 배우 플로렌스 퓨는 "아시아 여성이 표적이 됐고, 이것은 백인 우월주의이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사냥"이라면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소연·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