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던 쌍용차 노사, 기류 변화…“임금삭감도 고려”

입력
2021.03.18 18:21
원가율 98.6% '고비용' 구조 경영악화 주요 원인
과거 '정리해고' 트라우마로 인위적 인력감축 거부
쌍용차, HAAH에 20일까지 투자의향 요청

그간 인건비 삭감 등 '고통 분담'을 놓고 산업은행과 평행선을 달려오던 쌍용자동차 노사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만남 뒤 노동조합에서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고정비 절감을 위해 내부적으로 인건비 삭감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 HAAH오토모티브(이하 HAAH)의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해 구성원들의 일정 부분을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고정비 절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부분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7일 예병태 쌍용차 대표,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과의 회동에서도 "쌍용차가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제적으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달라"며 "잠재적 투자자(HAAH)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능력 확인 및 사업계획에 대한 객관적 타당성이 검증된다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금융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쌍용차는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지양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노조가 2009년 전체 임직원의 2,600여명이 정리해고됐던 '쌍용차 사태'의 재현을 우려, 강력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평균 8,600만 원에 달하는 5,000여명의 급여는 원가율 98.6%라는 '고비용 구조'를 만들었고, 결국 쌍용차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겪으면서 법정관리 문턱에 서게됐다. 고비용 구조는 HAAH의 신규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쌍용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2013년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을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 해고자·희망퇴직자 복직 과정을 지켜봐온 노사 양측 모두 구조조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다"며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임금 삭감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체질개선을 마치더라도 신규 투자 유치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의 P플랜(사전회생계획)에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지분율을 기존 75%에서 25%로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AAH는 최종 투자결정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수 시 납입해야 하는 공익채권(3,700억 원)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HAAH에 오는 20일까지 투자의향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HAAH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수를 원하고 있어, 고비용 구조 개선 등 쌍용차 노사의 희생에도 투자가 틀어질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투자 계획이 틀어지면 P플랜이 무산되고,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에 HAAH가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