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ㆍ국방장관(2+2)회담을 지켜본 중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공동성명에 위기감이 상당한 표정이다. 급기야 미국을 향해 “동맹 배후에서 조종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그만두라”고 신경질적으로 촉구했다. 동시에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양자 승부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미일 양국은 2+2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을 처음 적시했다. 특히 “정치ㆍ경제ㆍ군사ㆍ기술적 도전”이라고 중국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해경법, 센카쿠열도, 신장위구르, 홍콩 등 민감한 현안을 총망라했다. 미국이 ‘전략적 위협’이라는 수사적 표현으로 뭉뚱그려 몰아세울 때와는 중국의 체감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 정부도 16일(현지시간) “인도ㆍ태평양지역이 외교의 핵심 축”이라며 미국 주도 대중 봉쇄망에 힘을 실었다. 중국 텅쉰왕은 17일 “미국과 일본이 결탁해 중국을 적으로 삼아 악의에 찬 공격을 가한다면 남은 건 죽음의 길뿐”이라고 거칠게 반발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도 이웃 국가 한국, 일본을 홀대할 수 없는 탓이다. 미국은 16일 일본에 이어 18일 한국과 2+2회담을 갖는데, 지난해 11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순방 경로와 같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유사시에 대비해 미군과 자위대가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코앞에서 군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심산이다.
다만 중국은 잇단 공세를 펴는 미국이 무력충돌을 감수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진의를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신창(信强)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동맹 일본을 안심시키면서 미국인들에게는 중국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국이 아니라면 관건은 협상이다. 미중 고위급회담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미일 2+2회담을 징검다리로 평가절하하면서 초점을 ‘본경기’인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맞췄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공동성명은 모호하다”고 일축했고,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일 양국이 중국에 제기한 비판은 사실무근”이라며 남중국해, 대만, 댜오위다오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을 흔들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이 아무리 도발해도 어림없다고 재차 선을 그은 셈이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을 향한 기대를 내비쳤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상호의존 단절)’을 줄곧 강조한 트럼프 정부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6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하와이로 건너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만나고도 성과 없이 끝난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와의 대표적 협력분야로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군축을 포함한 위기관리 등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황런웨이(黃仁偉) 푸단대 일대일로 및 글로벌거버넌스연구원 상무부원장은 “미중 양국은 덩치와 책임이 커서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기회도 더 많다”며 “이번 고위급회담이 추세를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