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BTS 그래미 공연 맞춰 "비참한 생활 강요 당한 결과"

입력
2021.03.16 21:00
北선전매체 메아리 "고통 당하는 南 아이들" 
BTS·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 비방

북한 선전매체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비참한 생활을 강요 당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이같은 입장을 낸 시기가 눈길을 끈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 BTS 등을 비방한 건 BTS의 미국 그래미어워즈 첫 번째 단독 공연을 앞둔 13일이다. 일각에선 북한 내 한국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단속 차원에서 비방한 것으로 해석한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남조선 청소년 가수들 대기업들에 예속, 비참한 생활 강요'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BTS와 블랙핑크를 거론했다고 대북전문지 NK경제가 16일 보도했다.

메아리는 "최근 남한에서 이름 있는 청소년 가수들이 대기업들에 예속돼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비롯한 대다수의 청소년 가수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어린 나이에 예술 관련 대기업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대중가요 가수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혹한 훈련 과정에 심한 인간적 모욕과 고통을 당하고 어린 여성 가수들의 경우 정치인과 기업인의 성접대까지 강요당하는 등 많은 청소년 가수들이 정신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다 못해 생활이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살아가기 막막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주장했다.

SM 콕 집어 비판한 북한

메아리는 아이돌 지망생인 청소년들이 구금 생활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매체는 "남한의 청소년 가수들이 어릴 때부터 믿기 힘들 정도로 불공평한 계약에 묶여 훈련장에서 구금 생활을 당하고 있다"며 "악랄하고 부패한 예술 관련 대기업 사장에게 몸과 마음, 영혼까지 빼앗기고 노예로 취급당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아리는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적인 문제 기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레드벨벳은 2018년 4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콘서트에서 공연을 했다.

매체는 "대기업들은 이들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고 하루 2, 3시간만 재우면서 혹독한 훈련을 강요하고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양성비 명목으로 대부분 빨아간다"고 비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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