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하! 우린 K리그의 ‘펭수’를 꿈꾸지”

입력
2021.03.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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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캐릭터의 진화


K리그1(1부리그) 전북은 2021 시즌을 앞두고 새 캐릭터 ‘나이티’와 ‘써치’를 발표했다. 2013년 탄생한 마스코트 초아와 초니가 은퇴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로 바뀌었다. 나이티는 뜨거운 열정을 느끼면 힘이 솟는 스피드레이서, 써치는 귀여우면서 스마트한 캐릭터라는 게 전북 설명이다.

기존 캐릭터와 달리 태어나자마자 활발히 움직이며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들은 2021 시즌 개막전부터 선수들을 에스코트하고, 관중들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함께 호흡했다.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영상에서도 이들은 시즌 초반부터 동분서주했다.


전북은 이들을 ‘마스코트’ 또는 ‘캐릭터’로 소개하기보다 ‘전북의 새로운 친구(JBFC NEW FRIENDS)’로 소개했다. 사랑, 애원, 슬픔, 부끄러움 등 10가지 표정변화를 탑재한 이들과 팬들이 희로애락을 함께 하길 바란다는 취지다. 구단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들이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존 전북 캐릭터인 초아와 초니는 사실상 팬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형태부터가 워낙 복잡한데다, 이들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이어지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떨어졌다. 지난해 처음 시도된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서 전북 캐릭터는 22개 구단 캐릭터 가운데 14위에 그치는 굴욕을 맞보기도 했다.



특히 복잡한 패턴으로 그래픽디자인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머천다이징 상품을 만들기도 난감한 점이 뼈아팠다. 반면 새로 탄생한 나이티와 써티는 탄생 직후부터 경기장 대피 안내 영상에 직접 출연하는 등 영상 활용도부터 한층 높아졌단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보다 단순화하고 직관적인 이미지의 신규 마스코트를 발표하거나, 기존 마스코트를 재편하는 흐름은 최근 수년 사이 지속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구단은 2019년 ‘리카’를 내놓은 대구다. 그래픽 활용은 물론, 인형 3종 세트, 가방고리 인형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누리며 K리그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지난해 K리그 반장선거에서 리카는 탄생 2년 차임에도 K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수원삼성 아길레온과 접전 끝에 2위를 기록, 부반장이 됐다. 포항 쇠돌이 등 오랜 시간 팬들과 호흡한 캐릭터들 외에 유티(인천), 감규리(제주)가 선전했는데, 이들의 선전엔 다양한 디자인과 상품에 쉽게 활용된 ‘호환성 높은’ 캐릭터였단 특징이 있다.

성남의 까오&까비, 서울이랜드 레울&레냥도 지난해 리뉴얼을 통해 ‘귀여움’을 장착했다. 머리 크기를 키우고, 생김새를 훨씬 단순화해 모바일 환경에서 캐릭터의 특징이 살아났다. 이젠 ‘영원한 7살’로 정착했다고 소개한 까오&까비, 삐뚤 빼뚤 ‘앞발로 쓴 편지’로 인사하는 레울&레냥의 ‘의인화’도 신선했다.



울산도 기존 캐릭터인 강호와 설호, 건호, 미호 가족을 일단 미국으로 ‘강제 이민’을 보내고 동그란 체형과 유쾌한 표정이 매력인 새 캐릭터를 ‘미타’를 출시했다. ‘미친타이거’라는 별명이 붙은 미타는 울산시 동구 출신으로, 선한 미소로 돌직구를 날리는 직설적인 성격이란 소개를 곁들이면서 축구계 ‘펭수’로 거듭날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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