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네이버-이마트, '온오프 최강연합군' 노린다

입력
2021.03.16 18:39
17면
쿠팡 뉴욕증시 상장 후 온·오프 강자들 동맹
물류센터 확대 위해 신규투자 검토
쇼핑몰서 AR길찾기·자율주행 카트 장보기 구상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 1위 네이버와 오프라인 유통강자 신세계그룹이 2,5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물류센터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와 함께 유통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리테일테크(Retail+tech)'를 선보이는 등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바꿀 계획이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16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1,500억 원, 신세계백화점은 1,0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한다. 자사주 교환일은 17일이다.

사업협약을 계기로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단연 배송서비스다. 양사는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단위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를 구축 및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물류센터에 신규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전국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여러 물류 파트너사의 협력으로 주문 후 3시간 내에 도착하는 즉시배송 서비스 구현이 양사의 목표다. 네이버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사가 이마트 P.P(Picking&Packing)센터에서 상품을 받아 고객에게 즉시 배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필드서 AR 내비게이션으로 길찾기, 자율주행 카트로 장보기

양사는 유통 서비스에 네이버의 강점인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리테일테크도 준비한다. 신세계 스타필드 같은 대형매장에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자율주행 카트를 이용해 장을 보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포인트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방안이 구체화되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스타필드 등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하거나 적립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또 네이버쇼핑에서 활동하는 우수 중소 셀러를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명물이나 수공예 상품을 신세계의 독자 브랜드로 육성하는 동반성장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물류시설+기술력, 쿠팡 견제하기에 충분"

두 유통공룡의 합종연횡은 미국 증시 상장으로 엄청난 자금력을 확보한 쿠팡 견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당장 5조 원의 실탄을 확보한 가운데 네이버는 물류시설을, 신세계는 네이버의 기술역량을 공유할 수 있게 돼 e커머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양사가 서로 얻을 것이 많은 지분교환으로 사업적 측면에서 상당히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니라 지분교환을 통해 신뢰의 기반을 다지고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서로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