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심의 앞두고 '셀프 칭찬'... 부진사업 빼고 "집행률 높다"는 정부

입력
2021.03.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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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차 재난지원금 주요 사업 97% 집행"
구직촉진수당 등 집행률 낮은 사업은 쏙 빼


정부가 1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 마련한 3차 재난지원금 주요 사업이 97% 가까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심의를 앞두고 기존 사업도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적극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등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쏙 빼고 일부 사업만을 점검 대상으로 해 '눈 가리고 아웅'식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차 재난지원금 주요 사업, 97% 집행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재난지원금 집행 실적 관련 브리핑을 열고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 주요 현금지원 사업 집행점검 결과, 15일 기준 지원 대상 365만5,000명에게 4조4,000억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에 할당된 4조6,000억 원 가운데 96.6%가 실제 지급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은 284만3,000명에게 4조 원이 지원돼 집행률 96.6%를 기록했다.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대상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68만1,000명에게 사업 예산 4,000억 원이 100% 지급됐다. 법인택시 기사 대상 소득안정자금도 계획된 400억 원 중 387억 원(96.9%)이 집행됐다.

단 방문·돌봄 종사자 생계지원금은 460억 원의 59.3%인 267억 원이 지원됐다.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방문·돌봄 종사자 지원 집행률이 낮은 데 대해 "당초 9만 명 지원을 목표로 했는데, 7만8,000명 정도가 신청했다"면서 "일부 신청한 분들이 DB(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이 안 돼서 늦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사업 집행률을 브리핑까지 열어 발표한 것은 올해 추경 심의를 앞두고 기존 사업 집행률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이번 회의는 주요 현금지원 사업의 집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2021년도 추경안 사업들의 신속 집행 여건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점검된 사업은 절반도 안 돼... 일부 사업 20~30%대 집행률

문제는 이날 집행률이 발표된 지원은 전체 재난지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등 4개 사업에 배정된 총예산은 4조6,000억 원으로 전체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9조3,000억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집행률이 높은 일부 사업만 뽑아서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다른 사업의 집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사업주가 휴업·휴직 수당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전날 기준 계획된 9,132억 원 중 33.6%만 집행됐다. 지난달 15일 기준 17.9%에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도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또 저소득층과 청년을 대상으로 구직촉진수당을 최대 300만 원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159억 원 가운데 20.1%만 집행됐다. 융자 사업이긴 하지만 일시적 경영 애로·재해중소기업 지원 사업 집행률은 지난달 15일 기준 1.3%에 그치기도 했다. 특히 고용유지지원금과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올해 추경으로 예산이 더 투입되는 사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해당 사업들이 빠진 데 대해 "오늘 회의에서 점검한 내용은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 사업 중 현금성 지원 사업에 대한 부분"이라며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는 점검을 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추가 자료를 배포해 "고용유지지원금과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은 신속 집행보다는 적기에 집행되는지 여부가 중요해 오늘 회의 대상은 아니었다"면서도 "기재부는 월 1, 2회 재정점검회의를 통해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집행률 실적을 포장하는 사이 국회는 추경 규모를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여행업 종사자 지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상공인 대상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의결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집행률이 낮은 것은 전달 체계상 문제일 수 있지만, 일부 사업은 예산 편성부터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예산 먼저 편성한 뒤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사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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