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미 대통령 거부권' 두고 거세지는 신경전

입력
2021.03.17 04:30
SK “무책임한 행동” 비판
LG “합당한 피해보상 핵심” 해명

배터리 분쟁으로 맞선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하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내린 'SK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기한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10일) ITC 결정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실체를 제시하지 못한 투자계획 발표에 이어 사실 관계까지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소송 목적이 SK를 미국 시장에서 축출하고 LG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미국에 5조 원 규모의 배터리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을 겨냥한 공세다. 현지 언론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래피얼 워녹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대통령은 ITC 결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엔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어진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공시도 없이 실체도 제시하지 못한 투자를 발표하는 목적이 경쟁 기업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미국 사회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친환경 정책의 파트너가 돼야 할 K배터리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사실관계를 왜곡한 서한을 보내 SK를 비난한 건 조지아주와 SK 간의 진실한 협력 관계를 이간질하는 행위”라며 “SK와의 상생을 원한다는 LG의 주장이 얼마나 진정성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현재 진행 중인 협상과 관련해서도 LG에너지솔루션 측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가 ‘SK 측이 협상에 미온적이고,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을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달 초 양측 고위층이 만난 적이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이 동의한다면 협상 경과 모두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이런 행동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겉으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분쟁 당사자끼리 법정에서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합리적인 길을 갈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사업을 흔들거나 지장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며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한 가해기업으로서 피해기업인 당사에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다”고 해명했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SK이노베이션측의 부정적인 태도에 대한 반감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어 “미국 시장 성장에 발맞춘 당사의 정당한 투자계획을 폄하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경쟁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공급받을 계획이 있는 고객들과 조지아주가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원만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소송이 양사 간 건전한 선의의 경쟁 관계가 정립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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