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에게 이번 명인전은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 부활 직전 대회인 43기 명인전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 1대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정환 9단이 국내 랭킹1위를 달리는 동안엔 대회가 중단됐다. ‘명인’ 칭호를 얻기에는 이번이 가장 적기인 셈이다.
흑1은 기분 좋은 선수활용. 좌 중앙 백 세력을 간접적으로 지우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상변으로 손을 돌린다. 흑5, 7의 응수타진 후 흑11이 놓인다. 우상귀 흑 대마의 안위와 상변 백 약점을 노린 일석이조의 호착. 여기까지 진행되자 흑이 우세한 형국과는 별개로, 백만 좋은 수를 계속 찾아내야하는 바둑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백14의 패착이 등장한다. 이 수는 9도 백1로 막으며 버텼어야 했다. 흑4의 추궁에 백5로 최대한 버티며 실리로 따라잡은 후 백9로 상변을 살아놓을 자리. 난해한 중앙 착점을 흑에게 넘기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실전 흑15, 17의 선수교환 후 흑19를 차지하자 흑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없다. 강동윤 9단이 백20으로 약점을 지켰을 때 등장한 흑21~27의 수순이 결정타. 10도 백1, 3으로 차단해봤자, 흑4로 한 칸 뛰면 연결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 흑10까지 중앙이 쉽게 연결된 모습. 박정환 9단이 승기를 잡았다.
정두호 프로 3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