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진출을 꾀하는 남자프로농구(KBL) 팀들이 외국인 선수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대부분 팀들이 외인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결과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고 있다. 교체에 실패한 팀은 시즌 막바지여서 이를 바로잡을 시간마저 부족하다.
고양 오리온은 15일 외국인 선수 교체 검토에 들어가며 애런 헤인즈를 영입 후보로 올려놨다. 지난달 제프 위디 대체선수로 KBL 무대에 데뷔한 데빈 윌리엄스가 팀에 적응을 못 하고 있어서다. 현재 11경기에 출전했는데,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데다 골 밑 장악보다는 본인이 선호하는 외곽 위주의 플레이만 고집하고 있다.
코치진이 여러 차례 윌리엄스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이젠 통제도 거부하고 있다. 오리온은 윌리엄스가 뛰면서 6승5패에 그치며 3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농구를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동료에게 볼을 돌리지 않는다”며 “한국 선수를 무시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며 외국인 선수도 주인의식을 갖고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오리온에서 훈련에 들어간 헤인즈와 계약이 접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인즈는 최근 울산 현대모비스 입단이 좌절됐지만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러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헤인즈와의 계약은 다양한 대안 중 하나이며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헤인즈는 2015년 오리온에서 뛴 경험이 있어 적응 부분에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2명 모두를 교체했다가 4연패를 당한 후, 다시 3연승을 거두며 반등했다. 순위도 6위에서 공동 4위로 올랐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교체였는데, 기존 선수보다 한 수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조나단 모트리의 경우 14일 오리온전에 자신의 KBL 최다 득점인 27점을 넣기도 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도 9일 교체한 NBA 출신 자레드 설린저가 빠른 적응력을 보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존 외인선수인 얼 클락을 대신해 지난 시즌 뛰었던 크리스 맥컬러를 지난해말 영입했지만, 활동량이 기대에 못미처 결국 설린저로 교체했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체력관리를 해주려고 했지만, 본인이 빨리 몸을 만들고 싶다고 뛰겠다고 한다. 승부욕이 있다. 덕분에 국내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1위 팀 전주 KCC는 부상으로 이탈한 타일러 데이비스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들어갔다. 현재 라건아가 공백을 잘 메우며 2연승을 달리고 있고, 라건아가 FIBA 아시안컵 예선 국가대표팀에 차출될 것을 대비해 영입한 디제이 존슨이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KBL의 한 구단 관계자는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 1, 2위팀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은 외국인 선수 검증 작업을 벌일 수가 있다”면서 “나머지 중위권 팀은 바로 6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므로 자가격리, 적응기간 등을 감안하면 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주로 국내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 위주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