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거래소에 걸린 태극기…쿠팡, 거래 첫날 40% 폭등

입력
2021.03.1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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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상장 첫날 특파원 간담회
"아마존 영감 받았지만 기술·물류투자 등 달라"
"일자리 5만명 창출, 물류센터 투자 등 나설 것"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 주가가 거래 첫날인 11일(현지시간) 공모가 35달러에서 40.7% 오른 49.25달러로 마감했다.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IPO)로 45억5,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조달했다. 뉴욕거래소 전면에는 쿠팡 상장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함께 태극기가 내걸렸다. 뉴욕거래소 204년 역사에서 태극기가 전면에 걸린 것은 처음이다.


이날 쿠팡 주식 시초가는 공모가에서 81.4% 상승한 63.50달러였고, 장중 한때 69.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막판 50달러 선을 내주고 49.25달러에 마감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종가 기준 쿠팡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에 달했다. 쿠팡 IPO는 2019년 우버 상장 이후 뉴욕증시 최대 규모다다.

김범석(43)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한국특파원 화상 간담회에서 “10년 동안 우직하게 고객만 보고 달려왔고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무모한 도전을 했다”며 “오늘 모든 것은 (쿠팡이라는 기업) 문화의 결과이고 남들은 피하려고 하는 것을 해나가려는 노력과, 쿠팡의 노력을 받아들여준 고객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199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하버드대 정치학부와 비즈니스스쿨(MBA)을 졸업했고, 2010년 한국으로 와 쿠팡을 설립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3조원, 이용자는 1,485만명이었다. 다만 영업적자는 6,000억원대였다.


이하 김 의장과의 주요 질의 응답.

-한국을 넘어선 성장 계획이 있나.

“한국 시장의 규모는 절대로 작지 않다. 이번에 가장 보람을 느꼈던 부분 중 하나가 한국 시장 규모와 가능성, 혁신 DNA(유전자)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다. 한국 커머스 시장은 530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다. 세계 10대 경제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않은 유일한 시장이 한국이다. 한국 시장의 가능성과 한국 유니콘의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5조원 규모 자금 활용 계획은.

“상장 목표는 대규모 자금 유치였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에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그 자본을 갖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투자를 해왔듯이 앞으로도 공격적인 고객 혁신, 일자리 창출, 물류 인프라에 힘쓸 것이다. 저희 물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엔드 투 엔드’, 주문 앱에서 고객 문 앞까지 배달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5만명을 더 고용하고 전국물류센터 건설 등 전국 물류망 최적화와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해나갈 것이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대규모 투자 유치는 전국 고객 경험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물류센터, 그와 연관되는 인프라 강화에 쓰이게 되고 지역경제 일자리 창출도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쿠팡의 목표가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

“(한국 쿠팡의) 서비스를 들으면 (미국에서도) 대단히 부러워한다. 그 사이에 막대한 기술ㆍ물류 투자가 있는지 알면 아마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다르구나 (한다). 삼성이 소니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능가하는 것처럼. 고객에 집중하고 혁신하는 부분은 아마존과 비슷한 점이지만 저희가 투자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글로벌로도 독특하다.”

-해외 진출 목표는.

“장기적으로는 그런 꿈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K커머스를 수출하고, 고객들이 감동하고 있는 서비스를 다른 시장으로 수출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저희 홈 시장과 저희 고객을 위해 준비된 게,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당분간은 거기에 전념하겠다.”

-로켓 배송, 새벽 배송 과정에서 노동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일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근로자가 회사의 중추이고 안전이 중요하다. 택배업계 최초로 직고용을 했고 주5일 52시간 근무제, 4대보험 등 업계 기준을 세워왔다. 현장 직원들에게 1,000억원의 주식도 무상으로 부여했다. 계속해서 택배물류업계가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내에서 할 일이 많다고 했는데 ‘요기요’ 등 인수 계획은.

“합병에 대해서는 항상 기준이 높다. 문화적 부분도 많이 고려한다. 모든 인수합병(M&A) 논의를 닫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이 옳은 부분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자에서 흑자 전환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저희는 적자라고 보기보다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장기적 비전을 믿어준 동료, 투자자, 신뢰해주신 고객들이 있어 그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 기회에 투자자를 장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공격적, 지속적, 계획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그래서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지속할 투자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면 감사하겠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유는.

“이번 상장의 목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가장 큰 자본시장에서 세계적인 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자본을 조달하는데 그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차등의결권은 전혀 고려가 없었나.

“그것도 있지만, 이번에 가장 큰 목표는 투자 유치였다. (중국의 커머스기업) 알리바바가 뉴욕으로 간 이유도 그게 가장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 높은 기업가치의 비결은.

“지금까지 저희가 걸어온 길을 볼 때 단기적으로 인기가 높은 것만 바라보는 결정을 했다면 오늘날 로켓배송도 없고, 쿠팡도 없다. 상장은 했지만 비상장기업일 때처럼 여전히 고객에 집착하고,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단기적인 것에 영원히 영원히 신경을 안 쓰는 기업이 되는 게 오늘의 희망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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