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숙소 최대 인원, 15명→8명으로 줄인다

입력
2021.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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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천 캄보디아 근로자 사망 사건' 후속 대책
부적절한 곳에 숙소 금지... 노동계 "개선 계기 되길"


‘닭장 기숙사’라 불리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의 최대 허용 인원을 절반가량 줄인다. 설치규정도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곳을 피하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 난방시설 설치도 의무화한다.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시의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숨진 캄보디아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한 대책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의 1실 거주 인원 기준을 기존 '15명 이하'에서 '8명 이하'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맞춰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2019년에도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숙소 1실 거주 인원을 15명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1실 8명 이하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숙소 환경 문제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강화된 규제를 내놨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설치 장소 규정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쉽게 말해 ‘이런 이런 곳에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기숙사)을 설치할 수 있다’에서 ‘이런 이런 곳에는 설치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을 △도시 또는 도시 인근 △산업단지 또는 농공단지 △농어촌 주거지역 △산간 또는 농어촌 비주거 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해뒀다. 그런데 이를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장소 △산사태나 눈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 지역 △습기가 많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 △오물이나 폐기물로 오염 우려가 현저한 장소 등 부절적한 장소를 나열한 뒤 '여기에다가는 설치할 수 없다'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책이 충분치는 않지만,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숙소는 세부기준 없이 추상적 기준만 있었는데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숙소를 딱 꼬집어 구체적으로 금지시킴으로써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시행 이후에는 실태조사를 통해 준수 여부와 비율을 파악해 실제 사업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거시설의 난방시설 규정 가운데 온풍기, 라디에이터를 ‘선택’에서 '필수' 항목으로 바꾸는 등 난방·환기·소방시설 기준도 재정비한다. 제대로 된 숙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당근'도 함께 제시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우수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농어촌 사업장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신규 배정 때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업장별 점수제 가점을 2.5점에서 5점으로 두 배 올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농어촌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원룸 등 주거시설을 임차해주면 임차비를 지원해주고, 아예 '외국인 근로자 복지센터(숙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해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차원의 대책으로 포천의 캄보디아 근로자 사망사건 후속대책 성격”이라며 “고용부 등 관계부처가 국무조정실에 이 같은 안을 이미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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