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성폭력 혐의', 한국계 前 연방검사가 수사한다

입력
2021.03.09 15:35
준 김 전  연방검사, 수사 책임자로 선임
과거 쿠오모 측근  비리 수사한 악연도

한때 ‘코로나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잇따라 성폭력 의혹이 터지면서 탄핵 위기에 놓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 주지사에 대한 수사가 한국계 전 연방검사 손에 맡겨졌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8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 관련 수사를 이끌 독립조사위원회 책임자로 준 김(한국명 김준현) 변호사와 앤 L 클락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장관은 “두 사람은 뉴욕 주민들이 응당 받아야 하는 답변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배경을 갖추고 있다”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2세로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0년부터 뉴욕남부지검에서 연방검사로 일했다. 2014년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다 이듬해 부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3월 브리트 바라라 전 지검장이 해임된 이후부터 2018년 1월까지 지검장 대행을 지냈다. 2017년 10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자행한 ‘맨해튼 트럭 테러 사건’을 비롯해 증권 사기, 사이버 범죄 등 다방면에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공직을 떠나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김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혐의가 심각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실관계에 따라 분별력 있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와 호흡을 맞출 클락 변호사는 성폭력, 장애 차별, 고용 불평등 관련 전문 변호사로 저명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두 사람을 선임한 것은 이번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쿠오모 주지사와 과거 ‘악연’도 있다. 쿠오모 주지사의 핵심 참모인 조지프 페르코코를 뇌물 수수 혐의로 감옥에 보냈고, 쿠오모 주지사가 지지했던 대규모 경제개발 사업 ‘버팔로 십억 불 첨단기술 건설 프로젝트’ 관련 비리도 수사해 유죄선고를 이끌어냈다.

쿠오모 주지사는 함께 일했던 참모 4명과 일반인 1명이 폭로한 성폭력 가해 혐의로 궁지에 몰려 있다. 앤드리아 스튜어트커즌스 주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뉴욕주 의회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사임을 촉구하는 등 퇴진 압박도 커지고 있다. 8일에는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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