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한 면접관이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성차별적인 의도의 질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호진 사장이 직접 유튜브에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성차별 면접'을 겪은 해당 면접 경험자는 8일 "성차별 문제임을 인정하지 않고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는 모습"이라며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의 동아제약 편에서는 제품 가운데 생리대 할인 판매를 협상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나 "지난해 동아제약 면접에서 성차별을 겪었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동아제약의 채용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는 지난해 11월 면접에서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거 동의하느냐" "군대 갈 생각 있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는 내용이 게시돼 있었다.
파문이 커지자 동아제약은 6일 최호진 사장 명의로 기업 계정을 이용해 해당 유튜브 영상 댓글창에 사과문을 올렸다. "댓글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2020년 11월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해당 면접관 징계 처분과 채용 절차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댓글을 올린 면접자는 8일 블로그 서비스 '브런치'에 업로드한 글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생략한 채 '면접자에게 불쾌한 질문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면접 당시 상황도 상세히 공유했다. 당시 면접관인 인사팀장이 지속적으로 여성인 면접자를 '병풍 취급' 했으며, 같이 면접에 임했던 두 남자 면접자에게는 군 복무 경력과 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고, 직후에는 여성인 자신에게 "군 복무 경력이 없으니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면접자가 "군 복무의 어려움은 알고 있으나 회사 밖의 무관한 노동에 대한 대가로 돈이 지불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임금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답하자, 인사팀장은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고 다시 질문했다. 면접자가 "국가가 의무를 부과하면 기꺼이 가겠다"고 답하자 인사팀장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노트북에 무언가를 적었다고 했다.
이 면접자는 "저런 사람이 인사팀장이고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면서 "면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거나 불쾌라는 단어로 갈음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네티즌 자신도 불쾌한 면접을 겪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는 한편 "뛰어난 면접자가 면접 단계에서 수준 낮은 회사를 알아보게 된 것" "여성용품을 팔면서 성차별 채용을 하는 기업의 상품은 불매할 것"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