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손님을 태운 채 광화문 일대를 한 바퀴 더 돌아야했다. 광화문은 교통정체가 있는 곳인데 차선을 줄이다니 앞으로가 걱정이다.”(70대 택시기사)
“넓어진 광장에 나무를 심고 조형물을 설치하면 복잡한 도심 속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50대 박모씨·서울 구로구 거주)
서울 광화문광장의 서측도로(세종문화회관 앞)가 폐쇄된 후 첫 평일인 8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온도차는 크게 엇갈렸다. 운전자들은 차선 감축에 따른 불편 호소와 교통체증을 우려한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은 제대로 된 광장의 등장에 기대감을 표출했다. 도로 가운데 중앙광장이 있는 형태의 광화문광장은 그간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동쪽인 주한미국대사관 쪽 세종대로를 약간 넓혀 양방향 운행하도록 했다. 10개 차선이던 기존 세종대로가 7개 차선으로 줄면서 인근 도로까지 정체가 이어져 운전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택시운전사인 이용구(66)씨는 “출근시간대가 아닌 오전 10시에 지났는데도 평소와 달리 광화문광장 진입까지 차가 막혀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7~9시까지 세종대로 전 구간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25.2㎞로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병목현상으로 사직로·자하문로 등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의 통행속도는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서측도로가 폐쇄됐는지 알지 못한 차량들이 평소처럼 우회전을 하려다가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면서 일대는 한때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현장점검에 나선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교통체계가 바뀌면서 초반 혼란과 정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교통체계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안내 인력과 안내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모두가 불평불만을 가진 건 아니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홍유진(30)씨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교통혼잡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선진국들처럼 보행자 위주로 교통체계가 바뀌는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세본(48)씨도 “운전자보다 보행자가 더 많은데도 그간 우리 교통문화·체계는 운전자에 우선순위를 둬 왔다”며 “도로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만들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폐쇄된 서측도로는 11월까지 광화문광장에 편입돼 ‘세종대로 사람숲길’과 연계된 도심 보행길로 변신한다. 광장이 완성되면 시는 점용료를 받고 인근 상가에 광장을 개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경우 거리 카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