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선거제 바꿀 힘과 책임 있어…국방비 계속 늘릴 것”

입력
2021.03.05 08:33
중국 전인대 대변인, 4일 밤 기자회견서 
"홍콩 선거제,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국방비, 경제발전 수준과 일맥상통해야
美와 충돌은 어느쪽 이익에도 부합 안해"


중국이 “홍콩 선거제도를 바꿀 힘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수준에 맞춰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향해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정상”이라며 “충돌은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전날인 4일 밤 장예쑤이(張業遂)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홍콩 상황에 맞춰 선거제도를 시대와 함께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것은 헌법상 중국 전인대의 권한과 책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인대를 거치면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때와 같은 맥락이다.

홍콩 선거제 개편은 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강화하고 충성서약 등 의무를 거부할 경우 아예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진영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이날 “선거제 개편을 검토하는 전인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기 위해 최고 입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장 대변인은 올해 국방예산과 관련 “중국 국방비는 전반적인 경제발전 수준과 일맥상통한다"면서 “주권과 개발 이익을 보호하고, 중국의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중국군의 변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꾸준한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7년부터 중국은 모든 군사비 지출 내역을 유엔에 보고하고 있다”며 "중국의 국방비는 개방적이고 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중국의 올해 국방비 증가율은 다시 7%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2019년 국방비를 7.5% 늘렸지만 2020년에는 6.6%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주요 경제대국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에 그친 상황에서 유일하게 2%대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 국방비도 그에 맞춰 증액할 공산이 크다. 최근 수년 간 중국의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그쳐, 전 세계 평균(2.6%)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국방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국방예산 증가를 촉구해왔다.

중국은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쓴 소리를 내뱉었다. 장 대변인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가 완전한 평화 공존을 이룰 수 없다"며 "각국이 선택한 정치제도 발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홍콩ㆍ대만의 정치상황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달 11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를 언급하며 "양국 지도자는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하며 이견을 관리해 안정적인 중미 관계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양국의 근본 이익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 부합하기로 했다"고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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