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은 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년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역성장하고, 환율도 상승(원화 평가 절하)한 영향이다.
다만 수출과 제조업 회복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대비 경제 성장률이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가 향후 소득 기준으로 G7(주요 7개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G7 막내 격인 이탈리아의 지난해 GNI는 전년 대비 7%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국민소득'에 의하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747만3,000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0.1% 늘었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1년간 번 소득을 의미하는데, 이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NI는 국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 주로 사용되는 달러 표시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로 전년 대비 1.1% 줄어들었다. 3만달러 선은 지켰지만,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19년(1,166원)에 비해 1.2% 상승한 1,180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평균 환율을 끌어올린 탓이다.
달러 표시 1인당 GNI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2008~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기 이후 세 번째다. 모두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위기 상황이었고,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감소폭은 -5.4% 수준으로, 각각 -38.7%, -20.4%를 기록했던 이전 두 차례의 감소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달러 표시 1인당 GNI를 구성하는 3가지 요인은 실질GDP 성장률과 GDP디플레이터, 환율"이라며 "지난해엔 물가 수준을 의미하는 GDP디플레이터가 1.3% 상승했지만, 실질GDP가 역성장(-1%)을 기록한 데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처음으로 G7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G7의 '막내' 역할인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G7에는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가 포함돼 있다.
실제로 2011년만 해도 1만달러 이상이었던 이탈리아와 한국의 1인당 GNI 차이는 2015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고, 2019년엔 불과 951달러 차이로 폭이 좁혀졌다. 지난해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성장률을 -1% 수준에서 '방어'해낸 것과 달리,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큰 관광업 중심의 이탈리아는 전년도 대비 -8.9% 성장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1인당 GNI가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1인당 GNI는 각 국가가 자국 통화로 발표한 수치를 같은 기준으로 환산해 비교해야 하는 만큼, 섣부른 비교우위는 점치기 힘들다는 게 한은 측의 입장이다. 신 부장은 "며칠 전 이탈리아가 지난해 1인당 GNI를 발표했는데, 유로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7%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며 "그러나 국가 간 비교는 동일한 환율과 인구 기준을 적용해야 하므로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과 같은 국제기구가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까지는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넘어섰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가 이탈리아를 넘어선 것으로 나온다면, 우리가 G7 수준에 안정적으로 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신 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큰 변수인 데다, 각국의 대응 방식이나 산업 형태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현재로서는 전망할 수 없다"며 "이번 충격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인 만큼, 과거처럼 1년 만에 바로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지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