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무선 심박동기 시술 국내 첫 성공

입력
2021.02.28 11:47

피부 절개 후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하던 서맥성 부정맥 시술에 더 안전한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 부정맥연구팀(오세일ㆍ최의근ㆍ이소령 순환기내과 교수)이 지난 24일 80세ㆍ67세인 두 명의 여성 환자에게 국내 최초로 무선 심박동기 삽입 시술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심장을 절개해 내부를 보면서 하는 수술(개심술)을 받은 적이 있고 우심방ㆍ우심실 사이의 판막(삼첨판)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우심실 혈액이 우심방으로 역류해 난이도가 높았지만 별 다른 이상 없이 시술에 성공했다. 수술 부담이 큰 고령인에게도 매우 안전하다는 뜻이다.

서맥성 부정맥은 노화로 인해 심장 박동이 분당 60회 미만(정상 60~100회)으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을 일으켜 실신하거나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한다.

약물 치료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인공 심박동기(심박조율기)를 삽입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심박동기는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심장박동수가 설정 값보다 느리면 심장 안쪽 근육에 전기 자극을 줘 정상적 심장박동을 유도해 서맥성 부정맥 증상을 개선한다.

부피가 커 삽입 시술에 피부 절개가 필수적이다. 시술 뒤에도 배터리 교체나 전선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절개해야 해서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삽입 부분이 튀어나오고 흉터가 남는 것도 단점이다. 국내는 한 해 5,000명 정도가 인공 심박동기 삽입 시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서울대병원이 시술한 메드트로닉의 무선 심박동기 ‘마이크라(Micra)’는 지름 0.67㎝, 길이 2.5㎝ 크기로 심박동기 가운데 가장 작다. 소형 건전지보다 작다.

대퇴 정맥을 통해 심장 안으로 삽입하므로 가슴 위쪽을 절개하지 않아 흉터도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 무선 방식으로 전선 문제도 해결했다. 배터리 수명은 평균 12년 정도(환자 상태에 따라 8~13년)다.

해외 임상 연구에서 삽입 성공률이 99%로 높았고 시술 후 1년 동안 주요 합병증 발생률이 2.7%로 기존 심박조율기보다 63% 적었다. 이탈률(0.06%), 시술 관련 감염률(0.17%)도 매우 낮았다.

다만 신의료기술인 무선 심박동기 삽입 시술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환자가 600만~700만원 정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장률이 높은 유선 심박동기 삽입 수술비의 본인 부담 100만~150만원보다 크게 비싼 것이 흠이다.

이소령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유선 심박동기의 단점을 해결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무선 심박동기를 안전하게 시술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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