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이 풀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3개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하며 그룹 경영에 나선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항공·방산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등기임원을 맡는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다음 달 중 그룹의 모기업인 ㈜한화와 화학ㆍ에너지 대표 기업인 한화솔루션, 건설ㆍ서비스 대표 기업인 한화건설 등 3개 핵심 기업에 미등기 임원으로 적을 두면서 한화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행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은 집행유예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집행유예 기간 종료 이후 2년까지 금융회사나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이 금지된다. 이로 인해 지난 7년간 그룹 내 공식 직함을 가질 수 없었던 김 회장의 취업제한은 지난 19일 풀렸다.
김 회장은 ㈜한화에서 항공 우주ㆍ방위산업 미래 기술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인맥을 가동해 한화솔루션의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대표이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재계 일각의 예상과 달리 등기임원은 맡지 않고, 그룹 핵심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 자격으로 그룹 회장직을 겸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계열사들이 이미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김 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회사 이사회에 합류하기보다 글로벌 사업 지원과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한편, 항공·방산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를 겸하게 되면서 사실상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그룹의 화학·에너지 대표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항공·방산 회사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회사다.
김 사장은 다음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총회에서 추천안이 찬성 가결되면 사내이사로 임명된다. 김 사장이 에어로스페이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