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강경파ㆍ비검찰ㆍ초선 의원들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존 권력기관 개혁의 안착이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조절' 메시지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들은 '손쉬운' 검사징계 방안 등을 추가 의제로 던지면서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25일 “검찰의 수사ㆍ기소권 분리를 전제로 (중수처 설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음주 의원총회를 거쳐 조만간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 없고, 논의를 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특위 소속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속도를 냈어야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속도전에 나설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미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판단한 강경파 의원들은 거칠 게 없다. 지난 9일 황운하(경찰 출신), 김남국ㆍ김용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의원이 중심이 돼 중수청 설치법을 발의하고, 연일 여론몰이에 나서는 게 대표적 모습이다. 판사 출신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중수청 설치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검찰개혁특위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을 경우 범죄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위에서도 강경파 의원들이 “검찰개혁을 안 하면 특위가 왜 필요하냐”고 반발해 신중론은 발을 붙이지 못했다. 실제 특위 소속인 김남국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속도조절 주장은 사실상 개혁 포기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개혁 특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특위가 중론을 모으지 못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자체가 특위 내 분열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특위 차원의 중수청 설치법 발의를 3월에 마치고, 6월 국회 통과, 1년 후 시행이라는 로드맵을 짜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개혁특위는 검찰의 힘을 약화시킬 방안도 구체화하는 중이다. 검사 징계를 국무총리 중앙징계위원회가 담당하도록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심의를 받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진 검사 징계청구권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오 의원은 "검찰청도 행정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징계 제도는 중앙인사위 차원에서 통일하는 것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사건 배당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사건 배당에 검찰 '윗선'이 관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판·검사 퇴직자에게 일정 기간 형사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속도전에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따른 변화를 지켜본 후 검수완박을 추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 최근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 메시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이 ‘검찰개혁은 당 주도로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면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초선 강경파 의원들이 당 전체보다 자신들의 정치를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