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암호화폐 사기' 판매책,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으로 투자자 속였다

입력
2021.02.26 04:30
BCT 국내 판매책 지목된 투자업체 대표
수백억대 암호화폐 사기 피해자들 고소

700억원대 암호화폐 사기를 저지른 일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고발된 판매책 중 한 명이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경력을 사기 과정에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블록체인터미널(BCT) 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피해자들에게 고발된 이모씨는 최근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CT는 미국 암호화폐 투자회사로, 투자자들 돈을 2년째 돌려주지 않아 캐나다 국적 대표 등이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금액은 최소 700억원대로 추산되며, 현재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씨는 2019년과 2020년 한국신문방송언론인협회 등으로부터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벤처산업발전공로대상' '올해의 기업인상'을 수상했다.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신문방송언론인협회는 주요 언론사나 언론인들이 참여하는 단체가 아니다. 가수 남진과 영화감독 봉준호 등이 수상한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주관 한국언론인연합회)'과는 전혀 관련 없다.

이씨가 유사한 상 이름을 내걸어 수상 경력을 내세운 이유는 투자자들 혼동을 유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렇게 투자자들 신뢰를 얻은 이씨는 자신을 'BCT 국내 총판'으로 소개하며 BCT 투자를 이끌었다. 자신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BCT를 도입한 인물로 소개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씨 소개로 BCT에 투자했던 피해자 이모(59)씨는 "큰 상을 수상한 기업가라고 말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8년 국내에 소개된 BCT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도 3,000만달러(333억여원) 피해를 일으킨 혐의로 뉴저지주(州) 검찰청의 수사를 받는 암호화폐 투자사다. BCT 대표 보아즈 마노르는 2012년 캐나다에서 1억600만달러(1,178억여원)의 헤지펀드 붕괴사건을 유발한 인물로, 징역 4년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평생 영업금지 명령을 받았다. 마노르는 숀 맥도날드라는 가명을 사용해 미국에 BCT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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