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통합몰 '롯데온(On)' 사업을 이끈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사업부장)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달 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는 과감하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하라"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지 한 달여 만인 25일 롯데온 책임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
조 대표는 199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뒤 롯데지주 경영전략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을 맡았다. 30년간 롯데에 몸담은 정통 '롯데맨'이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조 대표는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지만 업계에선 디지털 전환과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의 선봉에 선 롯데온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신 회장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서비스 제공과 매출, 그룹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의 측면에서 롯데온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직후 트래픽(접속량) 과부하, 전산 오류 등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안정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롯데 e커머스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롯데온 출범 전인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 증가폭(19%)에 크게 뒤처진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 거래액이 같은 기간 37% 성장한 것과도 비교되는 성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e커머스 쇼핑이 폭발했다"며 "다른 업체들은 적자 폭을 줄이고 거래액 또한 크게 늘었기 때문에 롯데온의 저조한 수치가 더 부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연초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고 발언했을 때도 업계의 눈은 롯데온을 향했다. 롯데온의 전신과 같은 롯데닷컴은 1996년 출범했다. 국내 온라인몰 선두주자 격이었다.
게다가 신 회장은 온·오프라인 통합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강조해 왔다.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구매할 수 있도록 각 채널을 결합하는 '옴니채널' 전도사로도 불렸다. 마트, 백화점, 슈퍼, 홈쇼핑 등 7개 계열사를 하나로 묶은 롯데온의 어깨가 무거웠던 이유다.
하지만 롯데온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계열사별 상품 구매 전환을 매끄럽게 연결하지 못하고 새벽배송과 장보기를 앞세운 SSG닷컴과 같은 차별화 전략이 부족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출범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대표가 물러나는 건 최고위층 판단이 반영된 경질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는 e커머스 사업부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 롯데만의 차별화 전략 수립, 계열사 통합 강화 등을 실천하려면 내부 인재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의 요직 곳곳에선 이미 쿠팡 등 다른 e커머스에서 스카우트된 직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조 사업부장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밝힌 바 있다"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전문가를 외부에서 곧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