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부터 모든 포장재에 적용하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화장품 용기만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정적 표시를 붙이면 'K-뷰티'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화장품업계의 반발이 반영된 것이다. 용기 회수 체계를 갖추면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환경단체는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맞섰다.
2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행정예고된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개정안에는 '생산자가 자체적인 포장재 회수 체계를 갖춰 2023년 15%, 2025년 30%, 2030년 70% 이상의 회수율을 충족할 경우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매장 등을 통해 빈 용기를 열심히 회수해 가면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12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으면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의무화시켰다.
화장품업계는 미를 강조하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업계의 특성 등을 감안해 이 조항의 예외조치를 요구해왔다. 멋진 용기에다 '재활용 어려움'을 붙여두면 해외 시장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도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계의 상황을 감안했다"며 "대신 업계 요구보다 기준을 높여 잡았고 기준 미달 시 별도 부과금 부과 등 합당한 부담을 지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의 원래 요구는 '2025년까지 회수율 10% 달성'이었는데, 그보다 더 높이 기준을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도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면 자연주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법상 수출품은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선 국내 제품과 조금만 표기가 달라도 가짜로 오해받기 때문에 생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화장품 용기는 유리, 금속, 플라스틱, 도자기 등 여러 재질을 혼합해 만드는 데다 품목에 따라 브러시, 거울이 달려 있는 경우도 많다. 분리배출해도 재활용 선별장에서 대부분 소각, 매립된다.
환경단체는 이 때문에라도 예외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등으로 구성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LG생활건강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회수 체계를 갖추는 것과 표시 면제는 별도"라며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안 하면 지금처럼 재활용 선별장으로 들어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도 예외 없이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