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개혁)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속도 조절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당부의 의미를 축소하려 애썼다.
유 실장은 “박 장관이 (지난달 29일 청와대로)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당부했다”며 "그날 문 대통령이 박 장관과 차 한잔을 함께 하며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언급한 것은 '팩트'라고 확인한 것이다. 신 수석은 “민주당이 충분히 속도 조절을 잘 하고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에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유 실장은 재차 "제가 정확한 워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뜻이었다"고 재차 확인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시 "'대통령이 속도 조절하라고 했느냐'는 의원들 질문에 실장님이 ‘그렇다’고 해버리면, 대통령이 '워딩'을 그렇게 한 것으로 돼 버린다”며 거듭 막아섰다.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직접 언급했는데도 민주당이 앞으로 검찰개혁의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당청 불화'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시 확인을 해보겠다.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이었다"고 조금 물러섰다.
청와대발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은 지난 22일 박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의 보존을 주문했다"고 밝히며 불거졌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 강경파는 "속도조절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유 실장의 발언이 당청 간 이견이 생긴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자 김 원내대표가 황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검찰개혁 속도를 줄이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향해 “대통령 비서실장 이야기는 그냥 두시면 된다”며 “"왜 야당위원의 질의에 (대신) 답변하나" 쏘아 붙였다.
유 실장은 회의 막판에 대통령이 '속도조절'이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 실장은 "현재의 검찰개혁, 권력기관 개혁안이 잘 안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속도 조절이라는 것으로 언론에 나왔다"며 "그 워딩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드린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