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을 중단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대방을 자국 이익 추구의 핑계로 삼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 확충의 명분으로 북한 핵 위협을, 북한은 오존층 보호 의무 이행의 걸림돌로 미국의 대북 제재를 각각 지목했다.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23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우리의 국가 미사일 방어 능력은 현재 중국ㆍ러시아ㆍ이란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실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자신한다”면서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요격미사일 추가 배치와 차세대 요격미사일 개발은 둘 다 북한의 핵탄두 운반 능력 향상 때문이라는 게 하이튼 차장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그들의 능력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고 그것은 방어적 측면에서 우리 역시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차세대 요격미사일이 적절한 시기에 현 요격미사일을 대체하면 대북 억지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미국이 과거보다는 북한의 핵 공격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8년 대북 핵 협상에 전격 나선 까닭 중 하나도 더는 미 본토가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감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 미 국방부는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종을 개발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규모ㆍ역량 면에서 북한을 중국ㆍ러시아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대(對)중국ㆍ러시아 군비 경쟁 상황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방어용 미사일이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중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격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현재 합동소요위원회(JROC)에서 공격과 방어를 모두 반영한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전략을 검토 중이라는 하이튼 차장의 이날 소개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다.
핵무기 개발에 따른 미 주도 대북 경제 제재가 북한에게는 비난을 피하는 구실이다. 24일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27일 열린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 협약’ 및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간 화상 회의에서 북한 대표는 북한 정부가 의정서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려 계속 노력했지만 제재 때문에 필요한 장비의 인도가 중단돼 오존층 파괴 물질 수소염화불화탄소(HCFC) 감축 목표 달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불평했다. 2019년부터 북한은 의정서가 규정한 HCFC 소비ㆍ생산량 허용치를 초과하고 있다.
북미는 2018년 6월과 2019년 2월 각각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정상끼리 만나 비핵화ㆍ안전보장의 교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후 진전 없이 협상이 교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