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국제기구 위축→식량지원 중단 위기…北의 ‘악순환’

입력
2021.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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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올해 중 지원 중단해야 할 수도"
소아마비 백신 등 필수 의약품도 동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북한의 봉쇄 정책이 해를 넘기면서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이 위축되고, 내부 식량ㆍ보건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악의 경우, 대북 식량지원 활동 자체를 일시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WEP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국가 전략계획 수정’ 자료에서 “대북 식량 반입이 계속 가로막힌다면 올해 중 (지원)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한된 인원의 요원으로 활동을 계속하는 위험성과 영양실조 위기에 처한 어린이와 여성을 돕는 일의 긴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대북 지원사업을 중단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 인원과 물자 반입을 엄격하게 차단해 왔다. 북한 내에서도 평양 밖 이동이 제한돼, 식량 운송과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WFP의 설명이다. 새 대북 지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검토 작업과 북한 정부와의 협의 역시 정상 진행이 어려워, 올해 연말 만료되는 기존 계획을 1년 연장했다고도 했다. WFP는 봉쇄가 풀리는 대로 요원을 투입해 사업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만 길어지고 있다.

WFP를 통한 우리 정부의 지원사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8월 WFP에 1,000만달러(약 111억원)를 지원해 북한 9개 도 60개 군의 영유아ㆍ임산부 등에게 영양강화식품 약 9,000톤을 제공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WFP가 지원 물자 구입 등 제반 준비를 해왔으나 당초 예상보다 전반적인 사업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북한 방역조치를 고려해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기구의 적극적 구호 활동이 어려워지는 데 반해, 그 필요성과 시급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인도적 지원 물품의 북한 국경 통과가 완전히 가로막혀 (지난해) 10월 북한에서 처음으로 소아마비 백신이 동났다”고 밝혔다. 결핵 치료제 등 다른 의약품과 진단장비에 대한 수급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수해 등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마저 급감해 북한이 주장하는 '자력갱생' 달성은 더욱 멀어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해와 태풍으로 인한 북한의 식량 감산 규모가 20만~30만 톤으로 추정된다”면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120만~1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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