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입정시모집에서 대규모 미달이 난 지역 대학들이 추가모집에 나선 가운데 경북대 상주캠퍼스는 사실상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특히 농어촌지역 기피현상의 파고를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경북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학정원은 4,655명(계약학과 모바일공학 30명 포함, 정원외 363명 별도)으로, 수시ㆍ정시모집에서 정원 내 149명이 미달됐다. 2019학년도 45명, 2020학년도 39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경북대는 22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정원 내 미달인원에 대한 추가모집 원서를 접수, 대구캠퍼스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상주캠퍼스는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실상 미달 상태다.
경북대에 따르면 이번 추가모집에서 149명 모집에 1,733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 11.63 대 1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구캠퍼스와 상주캠퍼스 지원율을 극명하게 갈린다.
입학정원 3,922명에 54명을 추가모집한 대구캠퍼스는 1,524명이 지원해 29.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모든 모집 단위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었다.
반면 상주캠퍼스는 딴판이다. 전체 입학정원이 733명에 불과한데도 추가모집인원은 97명이나 되고, 그나마 209명으로 2.15대 1에 그쳤다. 추가모집은 지원대학 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달을 피하기 위해선 10대 1은 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북대 추가모집에 합격했더라도 등록을 포기하거나, 등록 후에도 등록금을 환불하고 다른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주캠퍼스 16개 모집단위 중 레저스포츠학과(17대 1), 섬유패션디자인학부 패션디자인전공(28대 1)만 10대 1을 넘었을 따름이다.
2007년 상주대(산업대)를 통합한 경북대는 그 동안 상주캠퍼스 입학정원을 1,152명에서 733명으로 크게 줄였다.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함에 따라 정원 규정이 변한것도 있지만, 그대로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방, 특히 농어촌기피 현상이 심화한데다 학력인구마저 급감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다. 지역 내 대학 진학 예정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다른 지역 수험생들이 굳이 지방 소도시를 찾을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에서 입학정원의 30% 가까이 미달돼 대규모 추가모집을 하게된 국립안동대도 인문사회 및 예체능계열이 많은데다 지방중소도시라는 지리적 특성에다 학력인구 감소 여파가 더해져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입학정원 1,206명의 금오공대가 정원 내 추가모집 인원이 24명밖에 되지 않은 것은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데다 공학계열 중심의 학과구성 덕분으로 보인다.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태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견됐지만, ‘우리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안주한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며 “2년 뒤에는 전국 수험생이 또다시 3만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여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경북대는 상주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의대 등 인기학과 이전설도 제기됐지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구성원들의 반대로 엄두조차내지 못한다.
일각에선 앞으로 지방대학 신입생 모집난이 더욱 심화할 것인 만큼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구캠퍼스도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해마다 미달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캠퍼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립대 통폐합론이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경북대 동창회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정부의 ‘당근’과 압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계획 없이 물리적인 통합만 한 게 화근이었다”며 “경북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는 25일 오후 8시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오후 4시까지 등록을 마감한다. 미달 학과는 별도의 원서접수 없이 27일 오전 10시~오후 9시 전화로 충원합격자를 발표하고 끝낸다.
반면 지역 사립대 상당수는 미충원 학과는 추가 원서접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