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3일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이 금융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급등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시장 과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미국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전망과 중첩됐다”며 “미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 미 경기부양책 의회 논의 동향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리 상승 여파로 국내 금융 시장도 다소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국고채 금리는 22일 기준 1.92%로 지난달 말(1.77%)보다 0.15%포인트 높은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월 들어 19조원(1월 26조5,000억원), 투자자 예탁금도 65조5,000억원(1월 68조9,000억원) 등으로 연초 대비 다소 감소한 모습이다.
김 차관은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의 유동성 회수 등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시장 변동성이 일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코로나 상황 개선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인에 대한 경계감 역시 병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급등한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김 차관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과열에 대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에 힘입어 과열 양상을 보이던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는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서서히 살아나는 심리 지표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내수·고용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취약계층 피해도 누적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생산·투자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개선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지원을 통해 실물경제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한편 위기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며 “생산적 부문으로 시중 자금 유입을 촉진하되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