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안 나왔는데 출근 지시" 확진자 200명 순천향대 간호사 폭로

입력
2021.02.23 08:10
청와대 국민청원에 간호사라 밝힌 청원자 글 등장
"전문 업체 아닌 간호사에 락스 소독 지시"

"각 부서 바닥과 천장은 전문 방역 업체가 아닌 부서원(간호사) 중심으로 락스 소독을 시행하고 손걸레로 '집안 거실을 닦듯이' 청소하라는 공지를 받아 경악했다. 게다가 청소하는 모습을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지시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 열흘 만에 누적 확진자가 200명을 훌쩍 넘어선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관련해 이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이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원자는 "병원과 감염 관리팀의 무능함으로 방역에 실패한 병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23일 해당 청원에는 3,500명 이상 동의했다. 현재 게시글의 병원 이름은 모두 가려졌지만 최근 열흘간 2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 고스란히 묘사돼 있어 이 병원 관련 내용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청원자는 해당 병원의 감염병 관리 부실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은 전수조사 검사 후 음성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음성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직원이 환자 또는 다른 직원과 접촉해 코로나19가 확산됐다면 이는 병원이 감염 확산을 부추기는 지시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병원 측으로부터 감염 관리 대책 등에 대해 공유받지 못하고 언론 기사나 지인들을 통해 확진자 추세를 들었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또 "감염 관리팀에서는 음압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본관 병동에 상담실을 청결 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라고 했다"면서 "음압 시설이나 감염 관리 지침이 준비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위험에 던져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 인력에서 확진이 나올 경우 그 빈 자리는 다시 다른 병동에 근무 중인 간호사들로 채워지는 끔찍한 무한 반복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래는 안전하다며 외래 환자를 계속 받던 병원도 결국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외래 구역의 선제적 방역 조치 결정을 내렸다는 언론 플레이, 보여 주기식의 뒤늦은 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병원은 전문 업체의 병원 전체시설 표면 소독을 진행한 후 임시 중단했던 외래·응급실 진료를 재개한 상태다.

청원자의 이 같은 게시글은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에 "국민청원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해 방역에 힘쓰고 있다(jhw******)" "방역을 철저히 잘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간 외래 진료를 보는데 아무 불안감 없이 다녔다(san*****)" 등 해당 병원 간호사·환자의 항변도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