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전인데 살살 좀” “저도 서울 데뷔전이라…”

입력
2021.02.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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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막' K리그1 온라인 미디어데이
공식 개막전 벌이는 김상식-박진섭 '설전'


2021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1(1부리그) 감독과 선수들이 ‘온라인 미디어데이’로 출사표를 던졌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개막전을 벌이게 된 김상식(45) 전북 감독과 박진섭(44) FC서울 감독은 유쾌한 입씨름으로 명승부를 예고했다.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우승을 거둔 전북의 새 사령탑이 된 김상식 감독은 22일 열린 K리그1 온라인 미디어데이에서 부임 후 일관되게 강조했던 ‘화공(화끈한 공격) 축구’를 공식 선포했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을 넣는 게 목표”라면서 이번 시즌 새로 영입한 일류첸코(31)를 비롯해 구스타보(27), 김승대(30)가 시즌 막판까지 40골을 합작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일 거라 내다봤다.

한 살 차이로, 대표팀과 프로 무대에서 함께 성장해 온 두 감독은 개막전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단 뜻을 전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뒤 5년의 선수 생활과 7년의 코치 생활 끝에 전북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박 감독은 선수 때부터 워낙 영리한 플레이를 했고, 감독으로도 꾀가 많은 것 같다”고 칭찬하면서도 “(개막전이)감독 데뷔전인데, (박 감독이)살살 좀 경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김 감독 부탁을 박 감독은 “나도 서울 감독 데뷔전”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광주 감독 때와는 다른 목표점을 가지고 시즌을 임하게 된 만큼 첫 판에서 ‘대어’ 전북에 결코 물러서지 않겠단 얘기다. 김 감독이 “우리 집(홈 구장)에서 하잖아”라며 한 번 더 읍소해도 박 감독은 “절대 양보 안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전북과 서울의 주장 홍정호(32)와 기성용(32)도 설전을 벌였다. 사회자가 기성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택배 크로스‘ 예고 글을 언급하자, 홍정호는 “전북전에선 택배 배달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공에 나섰다. 기성용은 “홍정호가 예전보단 너무 커버렸고, 듬직했던 선수”고 칭찬하면서도 “택배(크로스) 배달은 알고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응수했다.

전북과 서울의 공식 개막전만큼 관심을 끄는 경기는 K리그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홍명보(52) 감독의 울산과 김병수(51) 감독이 이끄는 강원의 3월 1일 시즌 첫 대결이다. 홍 감독은 “20년 만에 돌아온 K리그가 그간 많이 발전한 것 같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게 눈에 띄는 점”이라고 답했다.


울산 주장 이청용(33)은 “지난 시즌 강원전에선 우리가 모두 이겼지만, 항상 강원전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이번 개막전도 쉬운 경기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청용은 “선제골이 항상 중요한 것 같아 개막전에서 꼭 선제골을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강원 임채민(31)은 “선제골을 먹지 않기 위해 청용이 형을 잘 막겠다”며 태클을 걸었다.

울산을 향한 태클은 포항에서도 들어왔다. 김기동(50) 울산 감독은 이번 시즌 ‘동해안 더비’를 펼치게 될 홍 감독을 향해 “사실 동해안 더비를 이긴다고 승점을 두 배로 주는 건 아니지만, 심리적 압박은 다른 경기보다 클 거라고 생각한다”며 “4라운드에 맞붙을 때 몸소 체험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제대 후 포항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 한 강상우(28)는 “득점 10개와 도움 10개를 기록하겠다”고 했다. 포항과 1라운드에서 맞붙는 조성환 인천 감독은 “1라운드에서 패한 적이 없다”며 포항전 필승 의지를 전하면서 “올해는 초반부터 잘 해 인천 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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