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공룡 구글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의 90%를 싹쓸이하며 쌓아 올린 ‘독점 체제’가 거센 반발과 규제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공짜로 사용했던 뉴스 콘텐츠마저 언론사들의 이의 제기에 이제 제 값을 주고 사서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세계 곳곳에서 ‘꼼수’를 폈던 구글이 새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소유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소속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구글과 뉴스코프는 이날 광고 수익을 공유하고 뉴스구독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뉴스코프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영국 더타임스, 호주 뉴스닷컴 등 주류 언론사를 소유한 머독의 언론사 집단이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구글과 콘텐츠 사용 대가를 두고 10여년간 벌인 분쟁이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세부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독일과 브라질에서 지난해 10월 새로운 뉴스 애플리케이션(앱) ‘쇼케이스’를 출시하면서 개별 뉴스 공급자들과 유료 계약을 맺겠다고 발표했다. 시작은 프랑스였다. 프랑스 매체들은 2019년 3월 구글이 대가 없이 뉴스를 맘대로 가져다 쓴다며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구글 측은 계속 버티다가 올해 1월 결국 프랑스 뉴스정보제공자연합(APIG)에 3년간 7,600만달러(842억원)의 사용료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인앱 결제(플레이스토어를 통한 결제)’를 의무화하면서 일종의 ‘통행세(30%)’를 징수하겠다는 구글의 정책도 난항에 부딪혔다. 구글이 지난해 9월 새 방침을 내놓자 일각에선 “식민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인도 IT업계는 구글이 통행세 정책을 고수할 경우 신규 앱 장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구글은 인도 시장에서 2022년 4월까지 해당 정책의 시행을 늦추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세계 각국은 구글에 대한 압박 강도를 갈수록 높이는 추세다. 15일엔 프랑스 정부가 구글 아일랜드와 구글 프랑스에 110만유로(약 15억원) 벌금 부과 계획을 밝혔다. 구글이 프랑스 정부가 매기고 있는 공식 호텔 등급을 자체 알고리즘에 맞춰 재분류하면서 혼동을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글세’로 통칭되는 디지털세 도입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말 글로벌 IT 기업에 디지털세 징수를 통보했다. 프랑스 국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라고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프랑스와 미국이 각각 디지털세 부과와 보복 관세를 잠정 유예하기로 합의한 지 11개월 만이다. WSJ는 “이탈리아와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몇 달 안에 디지털세 징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