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앙금을 풀기 위한 탐색전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양국은 1962년 국경분쟁 이후 최악의 유혈충돌을 불사하며 격렬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류가 조심스레 바뀌고 있다. 병력과 장비를 일부 철수했고, 그간 미뤘던 투자 유치와 심지어 연합군사훈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양국군은 지난해 국경 라다크에서 인도군 20여명을 포함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냈다. 5월 판공호에서 난투극을 벌였고, 6월에는 갈완계곡에서 쇠못이 박힌 몽둥이를 휘둘렀다. 급기야 9월에는 45년 만의 총격전으로 비화됐다.
이중 판공호에서 11일부터 군부대를 후방으로 빼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탱크만 200여대에 달한다. 9차례 군사회담을 통해 거둔 성과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라다크에 설치한 영구막사와 현대식 오락시설 등을 소개하며 장기주둔 의지를 강조했지만 일단 한발 물러섰다.
인도는 관계 악화 이후 차단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재개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으로부터 몇 주 안에 새로운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스마트폰 등 민감하지 않은 분야부터 승인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대인도 투자규모는 2017~19년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59개를 금지하는 등 인도 여론이 들끓으면서 지난해 150개 프로젝트(20억달러 상당)가 무산됐다. 중국을 향해 빗장을 걸다 보니 인도 경제는 2차 오일쇼크에 따른 1980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내친 김에 함께 군사훈련에 나설 참이다. 알자지라는 “인도양에서 16일부터 이란과 러시아 해군이 훈련을 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가 참가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과 맞서는 국가들의 진영에 인도가 가세하는 모양새다. 인도는 중국과 관계가 험악하던 지난해 9월 중국ㆍ러시아와의 연례 훈련에 이례적으로 불참한 전례가 있다. 중국 텅쉰왕은 “트럼프 정부의 사악한 잔재를 청산할 기회”라고 이번 훈련의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중국과 인도의 해빙무드에는 걸림돌도 많다. 인도는 18일(현지시간) ‘쿼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ㆍ일본ㆍ호주와의 안보협력체다. 인도 매체들도 인도양에서의 중국과 군사훈련 소식을 아직은 전하지 않고 있다. 국경 철군 또한 꽤 시간이 걸린다. 인도 힌두타임스는 “인도는 무장을 풀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병력 철수 속도나 규모를 놓고 중국과 잡음이 생긴다면 다시 어그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